부룬디를 사랑하는 이들이 만든 동화책 한권

깨끗한 물을 선물하겠다는 워터웍스와 책을 보내주겠다는 B4B가 만나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라는 동화책이 탄생했다. 꼬마 코끼리 윔보가 숲 속에서 놀다가 흙탕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를 통해 부룬디 아이들은 흙탕물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배울 수 있고, 한국의 아이들은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이 없어 힘겨워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처음 시작은 단순한 동정심에서였다. 한국리더십학교에서 만난 열 명 남짓의 학생들은 아프리카 아이들이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실 수 없다는 잘 알려진 사실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학생인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없어 보였다. 많은 돈이 있는 것이 아니었기에 우물을 파줄 수도 없었고, 물을 운반해 줄 수도 없었다. 가난한 나라도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사업을 꿈꾸며 ‘워터웍’(WATERWorks)라는 모임도 만들었지만 현실은 그리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학생들의 전공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같은 시기 또 다른 학생들은 아프리카 브룬디에 책을 보내겠다고 모였다. 아프리카의 심장이라고도 불리는 부룬디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2008년에야 내전이 끝나 여전히 정치적 혼란 중에 있고, 아이들은 대부분 고아로 자라고 있다. 그럼에도 주변의 르완다, 탄자니아에 비해 국제적 원조와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한 학생들이 그들을 돕고자 나선 것이다.

특히 부룬디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책이 단 한 권도 없다는 것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모임 이름을 ‘북스포부룬디’(Books for Burundi, 이하 ‘B4B’)라고 지을 만큼 애정이 남다르다.
깨끗한 물을 선물하겠다는 워터웍스와 책을 보내주겠다는 B4B가 만나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라는 동화책이 탄생했다. 꼬마 코끼리 윔보가 숲 속에서 놀다가 흙탕물을 마시고 배탈이 나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배우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동화를 통해 부룬디 아이들은 흙탕물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배울 수 있고, 한국의 아이들은 아프리카에 깨끗한 물이 없어 힘겨워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사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돕고자하는 마음 하나로 시작된 일인 만큼 거쳐야 할 일들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워터웍스가 글과 그림으로 재능을 기부했고, B4B는 제작기금을 모았다. 특히 제작기금을 모으는 일은 돈벌이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들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는 일일찻집. 뜻있는 사람들이 도와준다면 책을 만들고, 아프리카로 보내는 비용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러한 모임을 시작한 B4B 대표 안지혜 씨는 현재 대학생이다. 지난 해 선교를 위해 부룬디를 방문한 것이 인연이 됐다.

“부룬디에 가서 아이들을 처음 본 순간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고 많이 실망했어요. 선교기간 동안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아이들 앞에 서니 잘 움직여지지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아이가 저에게 먼저 다가와주는 거예요. 사랑을 주러 갔는데 받고 온 거지요.”
그 후로 안지혜 씨는 부룬디 아이들에게 사랑을 갚아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부룬디를 알게 된 것 자체가 그곳의 아이들을 책임지라는 하나님의 소명처럼 느껴졌다. 곧 출판관계자를 알게 되었고, 함께 활동할 또래 학생들도 만나게 되었다. 더 놀라운 건 세계적인 동화작가와도 연결이 닿은 것이다.

“부룬디에 보낼 동화책을 얻기 위해 국내외 많은 작가들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명 동화작가인 로버트 먼치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부룬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동화책을 번역해도 좋다는 답변이었어요. 그래서 ‘언제나 사랑해’라는 그의 동화를 부룬디의 언어로 번역해 보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 이어 만나게 된 청년모임 ‘워터웍스’와 함께 만든 책이 바로 <소풍대장 코끼리 윔보>이다. 이 책은 ‘1+1 글로벌 나눔 동화책’으로, 한국 어린이가 한 권을 사면, 부룬디 어린이에게 한 권을 선물로 증정하는 시스템이다.

한국과 부룬디의 어린이가 함께 읽는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는 ‘아무리 기부를 안 하는 사람도 생일선물은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나왔다. 아이에게 생일선물로 이 책을 선물하면, 아프리카 아이에게도 동화책 한 권을 기부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책들은 내년 2월 부룬디로 직접 가져가 아이들에게 전달 될 예정이다. 대부분이 대학생임에도 개인 사비로 모든 여비를 해결하기로 했다. 동화책 제작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수차례 일일찻집을 열었던 이들의 열심 앞에 재정적 어려움은 큰 장해물이 아니다.

기쁜 소식은 부룬디의 트와기라뭉구 아센션 대통령 수석자문위원(전 내부무 장관)이 이들을 직접 찾아와, 자국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선물하려는 데에 대한 답례로 “내년 방문 시 정부차원의 지지와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비록 동화책 한 권으로의 시작이지만, 도서관을 세워주겠다는 목표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것이다.
동화작가 고정욱 씨는 “자기네 말로 된 동화책 한 권이 없는 나라 어린이들에게 주는 첫 선물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일을 하는 이 땅의 청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것인지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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