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운동 '생명사랑 나눔페스티발'

“과학자가 되는 게 좋을까, 아빠처럼 목사님이 되는 게 좋을까.”
남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고 싶다며 장래희망을 이야기하던 아들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강 목사는 흐뭇해서 아들 석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것이 이생에서 석민이와 나눈 마지막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2000년 3월 24일 새벽 6시, 강석민(당시 16세) 군은 “엄마, 머리 아파”라는 말을 내뱉더니 화장실에서 푹 쓰러졌다. 다발성 뇌출혈이었다.
정신없이 병원으로 갔지만 석민이는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렇게 석민이를 보낼 수는 없었다. 아버지 강호(55세) 목사는 목이 메었지만, 그래도 의연하게 부인에게 말했다.
“석민이의 희망처럼 남에게 도움을 줍시다. 석민이가 다 살지 못한 나머지 인생을 다른 사람들이 이어서 살게 합시다. 그게 석민이가 나에게 남긴 유언이야.”

장기 기증을 결정한 뒤 망연히 앉아 있는 강 목사에게 인체조직은행직원이 다가와 “피부와 뼈도 기증하시면 안 될까요. 화상 환자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데 기증자가 좀처럼 없어서요.”라고 물었다.
강 목사는 가슴 한 구석에서 울컥하는 것이 치밀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가져가세요”라고 말했다.
사흘 뒤 오후 7시 친척 10여 명이 병상에 모인 가운데, 강 목사는 “우리에게 주신 선물 강석민 영혼을 먼저 올려 보냅니다”라며 기도했다. 곧이어 석민 군의 장기가 적출됐다. 석민 군의 장기와 피부, 뼈는 8명에게 전해졌다.

현재 강 목사는 해성국제컨벤션고 교목을 맡으며 수업과 예배를 통해 꾸준히 장기기증과 생명 존중과 나눔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염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에서 개최한 ‘생명사랑나눔페스티벌’에서도 강 목사는 “내 아들의 장기를 받은 분들이 누구인지 나는 모르지만 그분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1000여 명의 고등학생들은 강 목사의 강연 이후 동시에 생명사랑 선서를 했다. 또 ‘생명’, ‘사랑’, ‘나눔’ 메시지가 적힌 애드벌룬을 함께 옮기며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학생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라이프가드로 활동할 것을 다짐했다. ‘라이프가드’는 생명사랑 선서를 통해 생명사랑 나눔운동에 참여한 학생들로, 학교 폭력 및 왕따와 자살을 막는 운동에 동참한다.
한편 이번 행사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주최로 생명사랑 선서에 동참한 학생들이 15000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지난 5월 해성국제컨벤션고를 시작으로 이화외고, 서울영상고, 염광여자메디텍고 등 현재 37개 고등학교가 생명나눔 선서에 동참했다.

사진= 김승범 기자
글=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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