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야기▶ 신나는조합]


신나는조합의 마이크로크레딧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대출자는 사업 아이템 심사, 현장실사, 면접 등의 과정을 거친 후,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다른 대출자 4~5명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한다. 공동체를 통해 상호 가난을 탈피하려는 의지를 공유하고, ‘계’ 나 ‘두레’처럼 공동 저축 및 상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공동체에는 일정기간 및 정기적으로 경영마인드·운영·재무 교육, 판로개척 상담 등을 지원한다.


IMF 외환위기 때 직장을 잃고 노숙인이 된 김 씨는 수년 동안의 노숙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달 중순 새 삶을 시작했다. 비슷한 처지의 노숙자 4명과 함께 전자제품 수리점을 낸 것이다. 신용이나 담보가 있을 리 없는 노숙자 김 씨에게 창업할 수 있도록 선뜻 돈을 빌려준 곳은 은행이 아닌,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금융)를 운영하는 한 시민단체였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신용불량자나 실업자, 근로빈곤층 등 은행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액신용대출을 해주는 금융서비스다. 1976년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27달러로 시작한 그라민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 프로그램은 가난한 사람들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회복하며, 자활할 수 있게 했다.

 

신나는조합(대표 정명기 목사)은 우리나라 최초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영기관이자 공동체자활지원기관이다. 빈곤을 ‘개인의 게으름과 무능력 때문이 아닌,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사회구조적으로 차단당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인식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

 

신나는조합 설립은 사회복지단체인 부스러기사랑나눔회(상임이사 이경림)가 주도했다. 강명순 전 대표(현 국회의원)는 1999년 방글라데시 그라민트러스트가 마련한 교육에 참가한 뒤 2000년에 신나는조합을 설립했다. 마이크로크레딧으로 유명한 방글라데시 그라민은행은 시티뱅크를 통해 5만 달러의 빈곤퇴치기금을 지원하고, 빈곤퇴치프로그램을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제공한 것이다.

이에 신나는조합은 그라민은행 한국지부로서 무담보·무보증 대출을 시작했다. 도시빈민·여성·알콜중독자·노숙자·장애인·신용불량자 등 더 이상 은행에 손을 벌릴 수 없는 소외계층에게 1인당 최고 500만 원, 평균 200만 원씩(금리 연2~4%) 빌려주고 있다. 2000~2005년에는 인천 한마음농장, 대전 대덕주택 등 63개 소모임(가족관계가 아닌 대략 3∼5명으로 구성) 239명에게 17억 원을 창업대출을 했다. 지난 10년 동안 500여 명과 142개 사업장을 지원했는데, 이들의 대출자금 회수율은 96.6%에 이를 정도로 자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신나는조합의 마이크로크레딧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데서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자활을 도울 수 있었다. 대출자는 대출과정에서 사업 아이템 심사, 현장실사, 면접 등 엄격한 과정을 거친 후,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또 모든 과정을 통과하여 대출이 확정되면, 다른 대출자 4~5명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한다. 이 공동체를 통해 상호 가난을 탈피하려는 의지를 공유하고, ‘계’ 나 ‘두레’처럼 공동 저축 및 상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공동체에는 일정기간 및 정기적으로 신나는조합 자문위원들이 와서 경영마인드·운영·재무 및 세무교육 등을 도와준다. 또 사회연대은행 매니저가 가게에 찾아와 사업이 잘되는지, 필요한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며, ‘두레일꾼’이라고 불리는, 이미 자활에 성공한 멘토들은 판로개척, 상담 등을 지원한다.

 

한종훈 팀장은 신나는조합의 특징을 ‘공동체 자활’이라고 설명했다.
“그라민은행에서 운영하고 있는 SHG(Self Helping Group)과 같은 개념인데, 대출자를 3~5명씩 그룹으로 묶어 이들끼리 정보공유와 함께 공동상환을 통해 상호 소규모 네트워크 형성에 기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라민은행이나 신나는 조합의 경우 90%대에 이르는 높은 상환율을 기록한 것은 이 '공동체 형성' 이 큰 요인이 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기술, 노하우, 인력 등 총체적인 형태로 지원하여 연대하여 자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죠.”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신나는조합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자활을 위해 청년자활지원, 미소창업자금대출, 서울희망드림뱅크, 한국은행기금대출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기존의 원칙대로 무담보, 무신용 대출이지만, 대출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창조적인 발상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주십시오. 또 복지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꼭 자활에 성공하겠다’라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활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사람에게 한꺼번에 많은 돈을 빌려주면 오히려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분들에게 신나는조합은 자금과 사랑을 드리겠습니다.”
▶문의: 02) 365-0330, www.joyfulunion.or.kr


사진제공= 신나는조합
글=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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