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에 조사한 걸 보면 현재 성적이 상위 10% 이내에 드는 학생의 경우 1인당 사교육비로 월 31만 9000원을 쓰고, 하위 20%는 13만 9000원을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상위 그룹의 사교육비가 하위 그룹의 2배 이상이 되네요. 또 상위 10% 이내의 학생은 87%가 사교육을 받지만 하위 20%는 50%만 사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것이 소득 수준으로 이어지면 월평균 소득이 700만 원 이상인 가정은 51만 4000원을 지출하고, 100만원 미만인 가정은 6만 1000원으로 무려 9배의 차이가 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학업성적까지 뒤처지는 세상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부터 나고 세상 돌아가는 것만 탓하기 쉽습니다. 이런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하는데 거기선 아주 특별한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얼 마틴 팰런이란 사람의 아름다운 헌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는 예일대를 졸업하고 하버드 로스쿨에서 공부한 엘리트입니다. 정치가를 꿈꾸던 그는 교육에 눈을 돌리고 방과후학교인 ‘벨’(BELL)을 시작합니다. 팰런은 6학년이 되어서도 책읽기조차 힘든 흑인, 라틴계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습니다. 가난에 찌들어 희망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교육이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단돈 1만 2500달러를 가지고 벨을 시작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숙제를 돕고 책 읽기를 하는 전형적인 방과후학교였지만 운영 방식은 달랐습니다. 부모님, 선생님의 관심에서 벗어난 빈민가 아이들에게 공부의 재미와 보람을 알게 하기 위해 그가 도입한 것은 ‘성과 중시’라는 기업 이념이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발한 실력테스트를 도입하였고, 아이들의 실력을 ‘실패-노력필요-향상-능숙’ 등 4단계로 정확히 나눴지요. 그리고 개인별 학습지도 계획을 세운 결과 반에서 꼴찌를 다투던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들어가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은 학생 1만 2000명이나 모이는 대형 무료학원이 되었고, 700여명에 이르는 선생님을 자원봉사자 대신 임금 고용인으로 채웠습니다. 재원 마련을 위해선 절친한 친구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을 설득해 여름방학 교육 프로그램에 연방기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상원에 상정시켰지요. 덕분에 한때 집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어려웠던 벨의 재정은 최근 해마다 2배씩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벨은 빌 클린턴 대통령 재임 당시 ‘대통령 서비스 대상’을 받고 모니터그룹의 ‘사회적 기업가상’, 존스홉킨스대학의 ‘탁월한 여름학교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이것이 한 사람의 헌신으로 이뤄진 사회적 기업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은 한국교회에 수많은 얼 마틴 팰런이 있음을 믿습니다. <아름다운동행>이 노동부와 함께 개최하고자 하는 사회적 기업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의 목적도 우리 안에 있을 ‘얼 마틴 팰런’을 찾아내려는 의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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