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아밧은 광산에서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해 막장을 뚫는 일을 한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면 심지에 불을 붙인 뒤 3분 안에 광산 밖으로 나와야 한다.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이 하루에 9볼리비아노, 우리 돈으로 1000원 겨우 넘는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월드비전이 후원자들에게 그들의 후원금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세계의 사역현장의 취재하여 사진과 함께 엮은 책이다.
우리는 한비야 씨가 쓴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김혜자 씨가 쓴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책을 통해서 월드비전의 사역현장이 낯설지만은 않다. 최민석 씨가 쓴 책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도 어떻게 보면 그 연장선에 있는 다른 버전의 책이다.
책 속의 내용 한 부분을 엿보자.


지은이는 볼리비아 차얀타 마을의 아밧이란 소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남미의 고산국가 볼리비아는 남미 북미 통틀어 가장 가난한 나라이다. 올해 열다섯 살인 아밧은 볼리비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차얀타에서 살고 있다. 직업은 소년광부. 어머니는 폐암이고 아버지도 광산 일을 하다 척추를 다쳐 일을 하지 못한다. 아밧은 부모와 10남매를 책임지는 가장인 셈이다.

열다섯 살이면 한창 공부하고 뛰어놀 나이다. 게다가 광산 일이라니. 아밧은 광산에서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해 막장을 뚫는 일을 한다. 이 일이 얼마나 위험한가 하면 심지에 불을 붙인 뒤 3분 안에 광산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런데 일을 시작한 첫날 아밧은 너무 긴장하여 다이나마이트를 설치하고 뛰어나오다 그만 넘어졌다. 그 기억은 아밧에게 여전히 상처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버는 돈이 하루에 9볼리비아노, 우리 돈으로 1000원 겨우 넘는다. 아이가 매일 목숨을 걸고 막장에 들어가 가족들을 위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살아서 돌아오면 받는 돈이 1000원인 셈이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그 돈을 벌기 위해 아이는 날마다 사선을 넘나들고 있는 것이다.
다행스러운 건 아밧에게도 찬란한 꿈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밧은 변호사가 되어 억울한 이웃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또 축구를 좋아하여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한다. 꿈은 가난한 자의 빵이라고 한다. 가난한 아밧에게도 꿈은 그를 지탱시키는 빵인지 모른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풍경은 어쩌면 식상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지은이가 취재한 에티오피아에서는 무엇보다 식수문제가 시급하다. 최근에는 기후변화까지 더해져서 강과 냇물이 말라버렸다.
다섯 개 마을이 하나의 샘에 모여 식수를 긷는데, ‘아잔치’라는 마을에서는 식수를 길러오기 위해 열두 시간을 들여야 한다. 오가는 데 두 시간, 기다리는 데 열 시간이 걸린다. 살아남기 위해 물을 긷고, 물을 긷다가 삶을 다 보낼 정도이다.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물을 맘 놓고 마실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냇물 한쪽에서는 소와 말이 더러운 몸을 씻고 배설을 한다. 그 옆에선 사람들이 빨래를 하고 몸을 씻는다. 그리고 그 옆에선 아이가 물통에 그 물을 정성스레 담고 있다. 흙투성이 물은 운동장처럼 누런 빛깔이고, 그 물은 햇볕을 받아 묘하게 빛난다. 난생처음으로 이해했다. 아름답도록 슬픈 풍경이란 이런 것이구나.”
지은이가 그린 물이 모자라는 아잔치 마을의 풍경은 그렇게 아름답도록 슬픈 마음이 막힘  없이 전해온다.


프랑스의 피에르 신부는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TV나 라디오를 통해 들으면서 불편해 한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 작은 후원금이라도 보낸다면 그만큼 우리의 수치는 줄어드는 셈이고, 또 그만큼 우리의 행복은 지평을 넓혀가는 일이다.
나의 것을 이웃과 나누는 것이 알고 보면 슬픈 풍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 그들보다 먼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행복습관’이 된다. 아이러니이지만 큰 뜻이 묻어 있는 공동체의 이치이기도 하다.

책을 덮을 때면 그들과 만나야 한다는 작은 목마름이 내 안에서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런 마음에 따라 월드비전이나 또 다른 구호단체의 사이트를 연다면, 그 순간 이 책은 우리에게 아름답고도 슬픈 이 땅의 풍경에 동참하는 행복을 선사해줄지도 모르겠다.

박명철 기자

 

<너의 눈에서 희망을 본다>
최민석 지음
유별난 사진
조화로운삶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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