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의 박성훈 선교사가 보내온 애절한 호소

쓰레기 더미에서 어린이들이 담배를 물고 있었습니다. 그들 옆에 어른들이 있었지만 그 어린 아이들을 나무라는 어른들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일이라는 듯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각박한 삶으로 인하여 자녀들조차도 쓰레기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인도네시아 반둥은 관광지로 유명하다. ‘꽃의 도시’라는 별명에 걸맞게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유럽형의 화려한 리조트, 고산지역의 특징인 시원한 날씨가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인도한다. 최근에는 교육과 패션산업의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반둥의 뒤에는 무질서한 교통체계, 폐기물 처리, 극심한 빈부격차 등의 사회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는 반둥의 큰 골칫거리로 도시에서 15분 정도만 이동해도 잦은 지진피해로 집을 수리할 여력도 없이 천막을 치고 생활하는 가정이 즐비하다. 이들은 쓰레기 매립장에서 고철을 주워 하루 벌이를 하고 있다.

종일 쓰레기를 주워서 버는 수입은 한국 돈으로 약 2800원, 한 달을 기준으로 하면 9만 원으로 4~5인 가족이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쓰레기지만, 일하는 사람들은 용케도 그 중 괜찮다 싶은 것을 찾아서 끼니를 해결한다.

2002년부터 인도네시아에서 한인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박성훈 선교사(반둥 아름다운교회)는 이들의 안타까운 소식을 알리며 한국교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박 선교사는 지난 8년 동안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전도하고 현지인사역자들을 양육, 지원하는 일에 주력했다. 그간의 사역이 현지적응과 주민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지역사회복지에도 힘쓰겠다는 것이 박 선교사의 계획이다. 


역한 냄새로 코가 마비되고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쓰레기장 아래로 향 할수록 정도는 더욱 심합니다. 사방이 온통 쓰레기였습니다. 반둥과 찌마히, 서부 자바주의 일부 쓰레기가 이곳에 다 모인다고 합니다. 지금 쓰레기를 버리려고 준비하고 있는 차들이 어림잡아 10여 대는 넘습니다.
본래 쓰레기 매립장은 반둥 외곽, 인적이 드문 곳에 있었는데, 3년 전 폭우에 산사태가 일어나 쓰레기 매립장을 덮쳤습니다. 일하던 사람들도 여러 명 목숨을 잃었지요. 

그 후 빈민들이 사는 이곳에 쓰레기 매립장이 만들어졌습니다.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쓰레기가 가득한 마을에 쓰레기를 자연스레 버리다보니 쓰레기 매립장이 된 것이지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매립장이 무너지지는 않을까”하며 노심초사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이 살고 있는 오두막들은 다른 지역의 집들과는 달리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600여 명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들은 차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나면 몰려들어 쓰레기를 파헤치며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찾습니다. 거대한 불도저가 이들을 밀치며 쓰레기 평탄작업을 하고 나면, 다시 사람들이 몰려들지요. 불도저에 깔리면 어떻게 하나 염려되지만 정작 본인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합니다.

이들은 주로 패트병이나 비닐봉지를 주워 중간 상인에게 파는데, 그렇게 해서 얻는 하루 수입은 2만 5000루피(한화 2800원 정도)로 한 가족이 살아가는 데에는 어림도 없지요.
그러니 쓰레기 안에서 나오는 음식에 손을 댈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은 쓰레기 더미에서 먹다 남은 과자나 음식물이 나오면 그것을 먹습니다.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며칠씩 나타나지 않을 때는 배탈이 나서 집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쓰레기 더미에서 어린이들이 담배를 물고 있었습니다. 그들 옆에 어른들이 있었지만 그 어린 아이들을 나무라는 어른들은 없었습니다. 일반적인 일이라는 듯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각박한 삶으로 인하여 자녀들조차도 쓰레기 중에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보이는 것도, 줍는 것도, 먹는 것도 모두 쓰레기인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윤리나 희망은 사치에 불과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소망을 심어 주고 싶습니다. 따뜻한 밥 한 덩이가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기에 시달리는 이들의 집을 방역소독하면 하루 이틀이라도 편안하게 잘 수 있을 것입니다.


▶ 현재 박성훈 선교사는 사회공익법인 ‘반둥비전센터’를 설립하여 무료급식, 방역소독, 이동도서관 등 빈민들의 복지개선을 위한 사역을 하고 있다. 하지만 6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먹이기에는 재료, 기자재 등 많은 것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의 한 끼 식사에 드는 비용은 한국 돈으로 40만 원정도가 필요하다. 반둥 쓰레기 매립장의 빈민들을 돕고 싶으면 반둥아름다운교회(070-8222-3184)로 문의하면 된다.


자료제공: 박성훈 선교사

정리:편성희 기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