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 이야기▶ 충남교육연구소

현재 연구소에는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농촌이 살아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고, 교육이 살아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적은 급여를 자처한 채, 연구소 일을 감당하고 있다.

‘봉현초등학교’라는 교문패만 덩그러니 걸려있던 폐교가 모처럼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들썩거렸다. 사회적기업 <충남교육연구소> 직원들이 봉현달밤영화제를 개최할 준비로 동분서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도 처음 해보는 일이어서인지 임시 스크린을 설치하고, 빌려온 영사기에 필름을 거는 모습이 영 서툴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영화관 한번 가보지 못한 마을 어르신들에게 영화 한 편 보여줄 수 있다는 보람으로 이들의 얼굴에는 땀 한 방울이 미소주름에 알알이 맺혀있었다.
충남교육연구소는 이름 그대로 교육연구소지만, 시골이라는 지역 특성상 연구소는 마을의 교육과 문화거점으로 성장했다.

연구소는 10년 동안 마을학교와 주민학교를 통해 마을의 교육과 문화수준을 향상시켰다. 2009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방과후학교 대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자원봉사 차원에서 시작한 방과후공부방 활동과정에서 마을 어린이들의 낙후된 교육현실을 느끼고, “농촌교육 활성화를 위해 살아가겠다”고 결심한 연구원들의 첫 열매였던 것이다.

연구소는 황폐화되어가는 농촌의 학교들에 주목하고 농촌의 학교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과 연구사업을 한다. 교사들의 직무 연수, 학생들의 특별 위탁교육 등 교육과 학교 문제들, 청소년 연구 등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연구소의 주요 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활동들이 자연히 마을주민들의 문화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마을의 한 가운데 학교가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을 주민들과 연결됐다. 마을의 노인들, 아주머니들, 농사꾼들, 학생들이 연구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며, 연구소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여러 가지 교육, 문화행사를 개최했다.
폐교를 활용하여 마을 주민들이 공부할 수 있는 공부방을 개설했고, 주말이나 방학에는 도시 학생들의 발걸음을 유도하여 도시와 농촌간의 교류를 이끌고 마을경제에도 일조했다.


특히 주말학교, 농촌문화체험학교, 느티나무계절학교, 문화탐험대 등의 체험학습프로그램에는 마을 주민들을 체험학습 교사로 활용하여 색다른 즐거움을 안기기도 했다.
청소년들의 농촌문화체험에 마을의 연로하신 주민들이 직접 재래식 모심기를 통해 아이들의 농사체험 교사로 나선다. 이제는 없어져가는 재래식 농법을 도시 어린이들이 배우려고 하는데 마을 어르신들이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구소는 생활문화공동체 사업의 일환으로 매년 봉현달밤영화제를 개최하여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돕기도 한다. 또 풍물동아리, 짚동아리, 연극동아리, 사진영상동아리 등 노소를 구분하지 않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문화생활동아리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프로그램들을 제대로 운용하는 데는 말할 것도 없이 예산이 필요하다.

현재 연구소에는 14명이 근무하고 있다. 3명은 교육장과 농사체험장을 관리하는 관리직으로 마을 주민들을 채용했다. 나머지 직원은 문화학교 교사로 활동하는데, 주로 전직 교수, 교사나 문화예술교육활동을 하던 청년들이다.
이들은 ‘농촌이 살아야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지 않고, 교육이 살아야 농촌이 살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적은 급여를 자처한 채, 연구소 일을 감당하고 있다.  
그나마 올해부터는 지난 5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되어 근무자들의 인건비를 지원받게 됐다.  

하지만 충남교육연구소가 지금처럼 활발하게 활동을 지속하려면 인건비 지원 외에도, 현재 관련법상 1년 계약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폐교를 장기임대해주는 행·재정 지원 등이 필요하다. 또 도시 학생들을 유인하려면 편리한 교통환경이나 수단이 있어야하는데, 아직 연구소는 교통수단이 부재하다.
이와 함께 사업비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대부분이 농촌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것들이어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촌을 살리고자 농촌교육에 뛰어든 지 10년째이지만, 빛나는 결실에도 불구하고 지원에 의존하는 운영은 매순간 불안하기만하다. 조재훈 충남교육연구소 이사장은 앞으로의 우선 과제는 ‘자립’이라면서, “지방자치단체단체 및 교육기관과 연계하여 자립형 사회적기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기업명= 충남교육연구소(사)
설립년도= 2008년
인증년도= 2010년
직원수= 14명
대표자= 조재훈
연락처= 041) 855-1170
소재지= 충남 공주시 우성면 봉현리 262

▲사진설명= 마을 주민들은 각종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교사, 도우미로 참여한다. 서로가 아는 것을 나누는, 살아있는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마을길을 걸으며 자연을 다시 보고 역사 현장을 찾고 영화도 찍는 도시 어린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마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정리= 편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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