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킨스는 늘어나는 교인 수에만 근거하여 미래 기독교의 부흥을 전망하지 않았다. 그는 남반구 기독교인이 증가하는 이유를 서구 기독교와 다르게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기득권임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서구 기독교가 남반구 기독교의 특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구 교회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01년 9·11테러를 예견한 필립 젠킨스(종교사학자, 인구통계학자)가 세계성서공회연합회(이하 UBS) 제8회 세계총회 주강사로 내한했다.
2001년 젠킨스는 종교 갈등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하며 “이슬람과 기독교의 무력충돌이 있을 것”이라고 예견, 사회적인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해 9·11테러가 일어나며 젠킨스의 메시지는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번 UBS세계총회에서 젠킨스는 인구통계학적 분석과 과거 기독교 역사를 반추하여 기독교의 미래를 전망했다.젠킨스가 말하는 기독교의 미래는 긍정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 기독교의 쇠퇴가 기독교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미래의 기독교는 남반구인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를 중심무대로 이동하며 부흥할 것입니다.”
젠킨스는 남반구 지역에서 늘어나는 기독교인 수를 주목한다. 아프리카 교회가 1900년에 1000만 명에서 2000년에 3억 6000만 명으로 증가한 점, 아프리카 기독교 인구가 매년 2.36% 성장하는 것을 감안할 때, 아프리카 기독교 인구는 30년 내에 현재의 2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서울이나 나이로비에 있는 교회의 주된 관심은 지난 몇 년 사이에 늘어난 새 신자들 때문에 장소가 좁아져 1만∼2만 명의 교인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커다란 예배당을 건축하는 일입니다.”
젠킨스는 늘어나는 교인 수에만 근거하여 미래 기독교의 부흥을 전망하지 않았다. 그는 남반구 기독교인이 증가하는 이유를 서구 기독교와 다르게 성경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말씀을 실천하기 위해 기득권임을 포기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성향은 앞으로 세계 기독교의 주류가 될 것이고, 유럽 기독교도 남반구 기독교의 특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남반구 기독교가 성공을 거둔 이유는 소수자들의 필요를 채우고 사회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라틴아메리카의 개신교는 가난의 굴레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게 탈출할 기회를 제공했고, 특히 브라질에 자립과 발전의 수단을 제공했습니다. 또 인종의 벽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가난과 정치적 약자로 대변되는 흑인들의 리더십을 세워주고, 자신들의 문화를 보존할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남반구 교회들은 여성이 제 목소리를 찾도록 삶을 개혁하는 데에도 적극 노력했습니다.”
이에 따라 젠킨스는 남반구의 새로운 기독교가 자유주의, 다원주의 등으로 변질된 서구 기독교를 복음화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서구 교회가 성직자와 선교사, 또는 재정적으로 남반구 교회들을 도와서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젠킨스는 미래 기독교가 가난과 박해, 순교를 현실로 경험하며, 궁극적으로는 성경내용을 삶에서 대면할 것이라고 예견했다.“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신약의 산상수훈을 현실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예수가 ‘가난한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말씀하셨지요. 이들은 낮은 GDP(국내총생산), 부패한 정권, 빈부격차, 질병 속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가난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에 위로를 얻으며 주님 오실 날을 바라고 있지요. 인도 그리스도인들의 대부분은 불가촉천민(달리트)입니다. 가난과 기득권층의 박해를 실제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산 증인들입니다. 나이지리아, 이집트, 수단, 인도네시아의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의 고통을 겪으며 믿음을 버리라는 강요를 받는 일을 계시록에 나오는 미래의 일쯤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한편 2008년 출간한 그의 저서 <신의 미래>(도마의 길 펴냄)에는 한국 교회가 남반구 기독교 부흥에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동남아시아, 중동 지역에 수많은 선교사를 파송하는 한국 교회의 복음적기독교세계관이 그들을 성장시킬 것이라는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 젠킨스는 최근 일부 한국 선교사들이 선교지에서 “예수 믿으면 한국처럼 부유한 나라가 된다”는 등 서구적 기독교세계관을 전하고 있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초기 기독교 신앙처럼 세속의 권력과 성공을 불신하는 건강한 복음이 전해져야 미래 기독교가 부흥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역사를 돌아보면 기독교는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상황에서도 성장했지만, 대부분 가난하고 박해받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놀랍게 성장한 반면, 부유하고 안정된 사람들 사이에서는 쇠퇴했습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에 따라 살아갔던 초기 기독교 신앙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진= 김승범 기자
글= 편성희 객원기자
- 기자명 편성희 기자
- 입력 2010.10.06
- 호수 93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