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 포 세일’(NOT FOR SALE) 캠페인을 아세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량한 사람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데이비드 뱃스톤이 펼치는 ‘낫 포 세일’(NOT FOR SALE) 캠페인은 이른바 노예제 폐지 캠페인입니다. 21세기에 노예제 폐지운동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니제르의 아두자티 마니(26세). 열두 살 때 60만 원에 노예로 팔려 10년 동안 주인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며 노예로 살다 국제노예노동반대기구(ASI)의 도움으로 구출되었다. 니제르에만 노예 노동 피해자가 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과 다른 가족을 사랑한다는 말은 어쩌면 다르지 않습니다. 내 가족만을 위해 다른 사람들이야 어떠하든 관심을 닫아버린다면 그 무관심의 그림자는 결국 내 가족에게로 드리워질 테니까요.
내 아이를 사랑한다면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을 아름답게 가꾸는 것을 게을리 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서 악이 승리하지 못하도록 굳게 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량한 사람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습니다.

 

데이비드 뱃스톤이란 분은 ‘낫 포 세일’(NOT FOR SALE)이란 캠페인을 펼칩니다. 이른바 노예제 폐지 캠페인입니다. 21세기에 무슨 노예냐, 그리 말씀하실 테죠? 네 21세기에 노예제 폐지운동이 여전히 유효합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교의 윤리학 교수인 그는 사회 변혁을 꿈꾸는 정치?종교?문화 잡지 <소저너스>(SOJOURNERS)의 편집장이기도 합니다. 또 비즈니스 잡지 <모토>(Motto)의 수석 편집인이며 <비즈니스 2.0>의 창간 멤버입니다. 그의 ‘낫 포 세일’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책 한 권을 출간했습니다. 이 책이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나온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란 책입니다.
이 책이 고발하는 이 시대 노예제의 실상은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이제 캄보디아로 부름을 받은 피에르의 앞에는 또 한번의 신앙의 도약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놈펜에 장기간 체류하면서 피에르는 시립 병원에 입원한 버림받은 여인들을 찾아갔다. 하루는 간호사가 응급실에서 죽어가는 어린 소녀 곁에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군인이 프놈펜 거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데려온 아이였다. 벌거벗은 채 의식을 잃은 아이는 굶주림으로 사실상 생명이 꺼져가고 있었다. 의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몇 시간 후에 아이는 생면부지의 이방인 피에르가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소녀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았어요.” 피에르는 당시를 회상하며 비통해했다. “누구도 그 아이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요. 하느님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야 내가 네 관심을 끌었느냐?’”


체사레 신부와 레지나 파키스 직원들의 노력으로 구출된 여성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런데도 신부는 종종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의 압도적인 힘 앞에 무력감을 느낀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발버둥치는 여성은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하고 위험한 일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예방이요. 그래요, 우리가 동유럽에서 벌이는 활동의 주요 목적은 예방입니다.” 신부는 말한다. “하지만 나는 한 소녀를 설득해 고향에 남게 하기 전에, 또는 이미 성매매에 연루된 소녀를 설득해 노예 신세에서 벗어나게 하기 전에 소녀의 가족에게 닥칠 경제적 위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신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잊지 마십시오. 가난도 사람을 죽입니다!”


티나는 지난 6년 동안 워싱턴 D.C. 거리에서 성노예들을 구출해왔고 그중 3년은 폴라리스 사회봉사 프로그램 관리자로 일했다. “사람들은 외국인 성매매 여성을 보면 으레 강제로 그 바닥에 끌려 왔겠거니 생각하며 동정합니다.” 티나는 말한다. “그러나 거리에서 몸을 파는 미국 소녀를 보면 이렇게 생각하지요. ‘왜 저 아이는 하필 저런 선택을 했을까? 뭐,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당장 그만두겠지.’”
티나는 미국 내 인신매매 피해자의 대다수가 열두 살에서 열네 살 사이라고 말한다. “그 또래 아이들 중에서 하룻밤에 열 번도 넘게 강간당하는 인생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아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티나는 준엄하게 묻는다.


이런 이야기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난민 출신 스레이 네앙은 어린 시절 노예로 팔려가 갖은 고생 끝에 하갈 쉼터의 도움으로 이제 재봉사가 되었고, 카스트 하층 계급인 마야의 가족과 친척들은 얼마 안 되는 빚 때문에 벽돌 가마에서 강제 노동하다가 국제정의선교회의 도움으로 풀려났습니다. 우간다의 찰스와 마가렛은 신의 저항군에 납치당해 소년병이 되었다가 구출되었고, 몰도바의 나디아는 이탈리아에 취업시켜준다는 꾐에 넘어가 인신매매되었다가 간신히 자유로워졌습니다.

만약 내 아이가 그런 나라에 태어나 그렇게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면? 그런 생각을 합니다. 만일 그 아이가 사창가에 감금되었다면? 방앗간의 노예라면? 인신매매 피해자라면? 의미 없이 죽고 죽이는 전쟁에 강제 동원된 소년병이라면?
그러면 우리는 누군가 이 끔찍한 현실에서 구해주기를 간절히 바랄 테지요. 다행스럽게도 세상에는 이들을 돕기 위해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정의의 편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끄루 남은 인신매매된 동남아시아 아이들을 구출하는 태국 화가이구요, 애니 디젤버그는 태국의 성노예 여성들이 제2의 삶을 살도록 돕는 ‘야간등 디자인’의 대표입니다. 피에르 타미는 캄보디아 성매매 여성과 아이들을 지원하는 하갈 쉼터의 설립자이고, 게리 하우겐은 전 세계의 노예들을 해방시키는 국제정의선교회의 설립자입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현대판 노예상인에 맞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고 있지요.

'낫포세일'캠페인의 교과서이기도 한 책.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알마 펴냄)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낫 포 세일’ 캠페인을 벌이는 데이비드 뱃스톤은 개인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노예제를 끝내려면 세계의 선량한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합니다. 먼저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기소하려면 법률가의 도움이 필요하고, 해방된 노예들을 고용하려면 기업가의 도움이 필요하며, 노예제에 대해 조사하고 정책을 바꾸려면 학자의 도움이 필요하지요. 피해자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면 건강 관리사와 정신 건강 전문가가 필요하고, 보호시설을 지으려면 건축가가 필요하며, 사람들을 착취해서 만든 상품을 사지 않는 현명한 소비 활동을 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 아니라 노예제 폐지운동에 실제로 도움을 보태는 것입니다. 그것이 곧 우리 가족, 우리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그들은 곧 우리입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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