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 ‘전쟁과 평화’ 세미나

국가가 불의한 전쟁을 수행할 때는 그리스도인과 양심적인 시민들은 그에 항거하고 반전운동을 펼쳐야 한다. 후에 독일 수상이 되어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빌리 브란트가 좋은 사례인데, 그는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로 망명하여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독일의 패전을 위해 노력한 그리스도인이다


윤리적으로 볼 때 이 세상에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만행이 전쟁이다. 살인이 가장 극악한 죄라면 수많은 사람들, 특히 아무 책임도 없는 민간인들이 군인들보다 더 많이 죽게 되는 전쟁은 한두 사람을 죽이는 살인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인권을 유린하고 정의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전쟁은 일어나지 말아야 하며, 특히 기독교인은 모든 힘을 다 기울여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전쟁을 논의할 때 반드시 그리고 우선적으로 전제해야 할 기본명제이다(손봉호 교수). 전쟁이 좋지 않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모든 시대에 모든 지역에서 전쟁은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사상가들이 모든 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주의 대신에 의로운 전쟁 이론을 제시하였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정의로운 전쟁론’을 말하며 세 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첫째, 전쟁이 사회의 보편적인 선을 위한 것으로 합법적 담론(정치과정)에 의해 선포되어야 하고, 둘째, 전쟁의 원인이 정당해야 하며 결코 법질서에 위협을 가하거나 손상을 입히지 말아야 하며, 세째, 전쟁의 목적이 전쟁 이전보다 훨씬 더 법질서의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


정의로운 전쟁론은 실제로 로마제국의 ‘평화적 지배’(Pax Romana)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되었고, 하나님의 나라를 대신하는 교회와 세상나라를 대변하는 로마제국이 모두 하나님의 통치의 양팔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고전적 ‘두 왕국론’에 기초하고 있었다. 키케로는 국가의 명예와 안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그리스도인의 생각은 엇갈린다. 전쟁이 일어나면 미우나 고우나 적과 싸워야 한다는 국가관을 그리스도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애국심이란 어떻게 보면 거대한 집단이기주의의 표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가 불의한 전쟁을 수행할 때는 그리스도인과 양심적인 시민들은 그에 항거하고 반전운동을 펼쳐야 한다. 후에 독일 수상이 되어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놓은 빌리 브란트가 좋은 사례인데, 그는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로 망명하여 독일 시민권을 포기하고 독일의 패전을 위해 노력한 그리스도인이다(손봉호 교수).

하지만 정의로운 전쟁론이 나중에는 십자군전쟁이라는 극단주의로 악용 또는 오용되면서 전쟁은 기본적으로 죄악이며 평화가 사랑의 선물임을 명시할 목적으로 교수 아퀴나스가 다음 항목을 더 추가하였다. 그것이 “오직 합당한 전쟁수단이 동원되는 경우”라는 넷째 조항이다. 문제는 정의로운 전쟁의 경우 ‘누가’ 그 ‘정의로움’을 판단하고 집행하느냐에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정의로움은 거의 항상 ‘강자’가 규정하고 내세우는 정의가 모두의 정의임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논란을 낳는다. 최근의 이라크전쟁이 바로 그 구체적인 실증이다. 그래서 ‘전쟁’에 방점을 찍지 않고 ‘평화’에 방점을 찍은 ‘정의로운 평화’가 주창된다. 오히려 정의가 내포된 평화가 참 평화라는 적극적 차원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WCC가 오래 전부터 주창해 온 JPIC, 곧 사회경제적 차원의 정의(Justice), 군사 안보 차원의 평화(Peace), 환경과 생명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이 평화론의 모델로 적절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JPIC를 실현할 수 있을까?(박종화 목사)
참고로 칸트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를 말한다.


첫째, 사회와 국가의 민주화가 이뤄질수록 전쟁은 줄어든다.
둘째, 경제적인 협력과 연대가 깊을수록 전쟁은 줄어든다.
셋째, 국제기구에의 공동참여가 국제간 평화를 이루는 데 큰 힘이 된다.


여기에 ‘사랑’의 원리를 오늘의 언어로 표현한 ‘인도주의의 실현’이 평화를 이루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며, 환경생명의 원리가 전정으로 삶의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실천방안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박종화 목사). 전쟁을 줄이는 하나의 대안이 민주화라면 우리는 남한과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망하기를 바라지 않는 한 북한이 개방되고 민주적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이념과 관계없이 우리 모두가 동의하지 않을까 한다. 쌀을 주고 안 주고의 문제 역시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실사구시의 문제이다. 어떤 것이 북한의 민주화와 개방을 유도하기 위해 우리가 써야 할 정책인가, 그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손봉호 교수).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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