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선생님의 특별한 국어시간

“단순한 지식 주입에 쫓겨 학생들의 감정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삶의 따뜻함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기독 교사는 억압되어 있는 학생들의 숨을 틔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 ‘나’를 만나고, ‘너’를 섬기고, ‘우리’를 만드는 수업을 해야 합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안양 백영고등학교 2학년 5반 국어시간. 한 학생이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글을 읽어나가자 교실이 이내 눈물바다를 이룬다. 


“우리 엄마는 슈퍼우먼입니다. 우리들 챙기느라, 회사 일 하느라, 집안일 하느라 차마 아플 틈도 없습니다. 4인 분의 식사를 차리고, 옷을 빨고, 집을 쓸고 닦으며, 서둘러 회사도 가야 합니다. 퇴근 후엔 장도 봐야 하고, 아빠 퇴근 전까지 저녁 준비를 마쳐야 하고, 식구들 아프다면 또 다시 약국으로 뛰어다녀야 합니다. 하도 바빠서 병균이 올 기회도 없는 슈퍼우먼입니다.…내일은 반드시 ‘정말 사랑한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그리고 ‘정말 고맙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학생들은 서로 부둥켜 울고, 부모님께 감사 메시지를 보내면서 또 울었다. 괜스레 이런 자리를 마련한 담임선생님 김태현 씨가 원망(?)의 대상이 됐다. 그는 가족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이청준의 소설 <눈길>을 가르치는 중이었다. 감동적인 소설을 문답형식으로만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이 전혀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게 그의 안타까움이었다. 정답보다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고민 끝에 수업 설계를 새로 만들었다.


1. 마음열기
다큐멘터리 <휴먼타큐 사랑-안녕 아빠>를 보고 자신의 감정 말하기
2. 생각 쌓기
감동을 주는 글의 원리가 무엇인지 이해하기(‘가족’에 관계된 감동적인 글 읽기)
3. 생각에 날개 달기
가. GOD의 ‘어머님께’ 뮤직비디오를 보고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하기
나. 데프콘의 ‘아버지’ 뮤직비디오를 보고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하기
다. 우리 가족에 관계된 이야기를 글로 쓰기
라. 모둠별로 발표하기
4. 삶에 접속하기
부모님께 감사 문자 메시지 보내기


반응은 ‘대박’이었다. 평소 감정표현에도 서툴고, 마음 문을 닫고 있었던 학생들이 점점 진실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김태현 씨는 이를 두고 ‘학생들이 숨을 쉬게 되었다’라고 표현했다.
“단순한 지식 주입에 쫓겨 학생들의 감정을 잘라내는 게 아니라 삶의 따뜻함을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수업을 하고 싶었어요. 기독 교사는 억압되어 있는 학생들의 숨을 틔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통해 ‘나’를 만나고, ‘너’를 섬기고, ‘우리’를 만드는 수업을 해야 합니다. 기독교적 수업은 이렇게 학생들의 내면을 진실하게 표현하게 하여 삶을 회복하는 수업입니다.”

 

 

사실 김태현 씨는 이런 수업을 해온 지 벌써 4년째다. 이 사회가 아무리 각박하게 돌아간다 해도 인간의 근본적인 성향은 변하지 않는다고 본 그는, 우리 내면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으므로 사랑에 늘 목말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수업 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만들고 싶었다.

 

“얼마든지 공교육에서도 하나님의 은총을 맛보게 할 수가 있어요. 수업시간에 창조의 기쁨, 배움의 기쁨을 맛보게 하는 거지요.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면 아이들에게 영적인 질문을 던질 수 가 있어요. 그러면서 아이들을 영적인 공간으로 초대하죠.”

그 결과 지금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이 더 하나님을 알고 싶다며 아침 기도 모임을 가득 채운다. 그들을 지역 교회로 초청해 더 강력한 복음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김태현 씨의 몫이다.
그러나 그는 “가정에서 힘이 없는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하기는 힘들다”며 가족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가 모델로 꼽은 가정은 유대인들의 밥상 공동체.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문화를 가정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기독학부모’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오히려 기독인들이 대화를 많이 안하는 것 같아요. 대화를 많이 하려면 가정의 문화가 독서하는 문화가 되어야 해요. 과감하게 TV를 끄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쯤은 성경 말씀을 갖고 나눔과 토론을 할 수 있는 가정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기독교사 연합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의 '행복한수업만들기' 부위원장으로도 활동하는 김태현 씨는 강의와 글을 통해서도 전국의 기독 교사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 1995년 선교단체 ESF에서 예수님을 영접한 후 학원복음화운동을 꿈꾸며 3년간 간사로 사역했다. 또 2005년부터 안양 백영고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같은 해 기독국어교사 모임을 알게 되었고, 여기서 성경의 눈으로 국어 과목을 보는 훈련을 받았다.

그는 동역자들의 도움을 받아 2006년 <기독교 세계관으로 국어 가르치기>란 책의 집필을 계기로 그해 6월부터 월간 <좋은 교사>에 '김태현의 기독교적으로 수업하기'를 연재해오고 있다. 2008년 9월 '기독교적인 수업'에 대해 첫 공개강좌를 열었고, 이 강의를 통해 전국의 기독 교사들이 기독교적인 수업에 대한 열망이 쏟아져 나오며 '행복한수업만들기'라는 기독교적인 수업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각종 교육청 1정 연수, 언론재단 미디어 연수, 좋은교사 자율연수 등의 스타 강사로 활약 중이기도 하다.


이범진 객원기자 


김태현 선생님이 쓴 책들

▶ <내가 사랑하는 수업> 김태현 지음, 좋은 씨앗 펴냄
기독교 교육에 대해 오랫동안 고심해 온 저자가 진정한 기독교적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한다. 공교육 일선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기독교적 수업에 대해 고민한 결과물이다. 기독교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기독교적 가르침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가, 기독교적 수업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가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 <큐티, 공부와 만나다> 이규철, 김태현 공저, 성서유니온선교회 펴냄
큐티와 학교 공부가 별개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 청소년이 관심 가질 소재를 큐티의 주제로 다뤘고, 청소년이 좋아할 만한 일러스트를 추가하여 흥미로우면서도 진지하게 큐티를 할 수 있다.
이 밖에 논술 교양서 <생각나무 논술열매>(한나래, 2008), <하늘 꿈 품고 이 땅에 서다 1, 2>(2007, 2008) 등이 있고, <청소년을 위한 매일성경>과 <국민일보> 등에 고정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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