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소장연구자들 '폭력'을 논하다

기독교인들이 구약의 잘못된 적용에서 벗어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사렛 예수에게서 평화사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도 내어주라는 예수의 모습이 바로 극단적 평화주의자의 모범. 전쟁은 결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었다.


8월 26일 서울 명동 청어람에서는 기독소장연구자 컨퍼런스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1박 2일 동안 하나의 주제를 놓고, 젊은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는 현장으로 유명하다.
올해 이들이 다룬 주제는 ‘폭력’(Violence)이었다.

“우리가 더 나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자축하려다가도, 여기저기서 발견되는 폭력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아직 우리는 성숙하지 못했음을 깨닫습니다. 눈으로 발견되지 않는 폭력이 난무하는 이때에 기독교 스스로 이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이 폭력을 주제로 삼은 이유다.

삶의 곳곳에서 폭력이 발견되고 있지만 나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독교인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문제의식에서다. 한국전쟁과 5?18민주화운동 같은 노골적인 폭력사태가 시간이 꽤 흐른 아직까지도 ‘기독교식 정리’가 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불만이었다.

“성서에 폭력적인 부분이 많이 나오다보니, 기독교도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전쟁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을 많이 만나봤거든요. 하나님의 전쟁이란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하더라구요.”
기독교가 폭력을 막기는커녕 묵인하거나 조장한다는 질문이었다.

이에 성서학이 전공인 숭실대 김회권 교수는 “구약의 전쟁 영웅들의 이야기를 문자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호수아의 전쟁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마치 성경이 폭력적인 전쟁을 옹호하고 있다고 느껴질 수 있어요. 그것을 문자적으로 해석하다보니 기독교인들이 전쟁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겁니다”라며 잘못된 성경해석을 문제 삼았다. 그때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들이 구약의 잘못된 적용에서 벗어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나사렛 예수에게서 평화사상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쪽 뺨을 맞으면 다른 쪽도 내어주라는 예수의 모습이 바로 극단적 평화주의자의 모범. 전쟁은 결코 하나님의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었다.

“믿지 않는 사람을 무조건 ‘지옥에 갈 사람’으로 단정 짓는 구조도 문제가 있어요. 기독교의 유일신 사상이 배타성을 갖는다는 건 알겠지만, 그것이 폭력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이어진 질문은 기독교의 배타성이 폭력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제기였다. 실제로 어떤 교회에서는 ‘대한민국의 모든 절을 화장실로 만들어 달라’는 기도를 할 정도이니, 기독교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이런 폭력성이 마음에 걸린다.
이 질문에 김회권 교수는 청년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성경에는 지옥에 관한 말보다 하나님의 넉넉한 사랑에 대한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 지옥을 강조하는 신앙의 초보적 단계를 넘어서 사랑을 실천하는 기독교인들이 되어주세요.”
한편 과거의 폭력사건을 기독교적 입장에서 정리하는 것도 이날 모인 청년들의 주된 관심사였다. 특히 통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한국전쟁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에 대해 이국운 교수는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는 것이 개개인의 기독교인들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1992년에 통일 조약을 맺은 독일 사람들도 2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분단의 역사를 서술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서술이 가능할까요? 무조건 서로가 서로에게 잘못했다고 무릎 꿇고 비는 것 이외에 더 좋은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기독교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는 청년들이 모인 자리. 그 자리엔 한국 기독교가 혹여나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의 자리에 놓이진 않을까 염려하는 애정 어린 눈빛이 있었다.

이범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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