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하나가 8억 원에 팔린 적이 있다. 시계에 온통 다이아몬드가 붙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 시계에는 옻칠이 되어 있었다. 그 옻칠을 한 사람이 전용복 선생이다. 선생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일본의 국보급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의 옻칠 작품을 복원하고부터이다.

메구로가조엔은 1931년 건립되었으며 8000여 평의 연회장 전체가 수려하고 아름다운 옻칠 작품으로 장식되어 있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재라고 한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이곳의 복원공사를 하면서 그 총책임을 맡은 사람이 바로 선생이다.

일본에 수천 명의 옻칠 장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 규모 1조 원이 넘는 엄청난 작업을 한국인인 전용복 선생이 맡아 완벽하게 복원해냄으로써 일본 옻칠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이다. 선생은 어떻게 그 중대한 일을 맡을 수 있었을까? 답은 의외로 소박했다.

언젠가 선생이 운영하던 부산공방에 한 일본인이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아서원이라는 음식점에서 왔다며 작은 밥상을 하나 수리해달라고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난 뒤 전화가 왔다. 똑같이 수리해야 할 밥상이 1000개 정도 된다고. 그 음식점이 바로 일본 최고의 연회장인 메구로가조엔이었다는 것이다.

소박하지만 놀라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만일 선생이 작은 밥상 하나라고 해서 대충 적당히 고쳐서 보냈다면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었을까. 선생은 늘 배우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옻칠 비법을 체득하기 위해 배울 것이 있다면 일본이든 한국이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작게 여기지 않고 최선을 다해 배우고 심혈을 기울이는 자세, 이것이 오늘날의 선생을 있게 한 것이리라.

우리는 늘 다윗의 영화와 솔로몬의 지혜를 달라고 구한다. 멋지게 박수를 받고 화려한 나팔 소리를 들으며 왕궁에 들어가는 것을 꿈꾼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그 고통스런 감옥 생활에서도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작은 편지 한 통이, 주님께서 사람들을 피해 산 속에서 피와 땀을 흘리며 간구했던 그 애절한 기도가 우리를 이끌어왔음을 우리는 종종 잊는다.


나는 오늘 어떤 작은 밥상을 고치고 있는가? 어떤 편지를 쓰고 있는가? 누군가를 위해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기도하고 있는가? 나의 화려한 출세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이 한 사람에게, 작은 일 하나에도 나의 최선을 다해 진실한 혼을 쏟아 붇는 자세가 그분을 그분답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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