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 권하는 샘여성병원 양인숙 간호사

엄마 젖을 빨면 젖병을 빠는 것보다 50배 정도 힘이 들어가고 뇌세포가 성장하지요. 또 모유에는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비타민이 우유보다 2~5배가량 높아요. 이와 함께 모유수유를 하면 '옥시토신'이라는 애정호르몬이 분비되어 엄마의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되지요.


“신생아이던 예성이에게 미안했던 것이 있었다. 잠시나마 모유가 적게 나오는 것 같아서 분유를 먹였던 것이다. 사실 유두에 피가 나고 헐고, 염증이 생기는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예성이가 젖을 힘차게 빠는 도중에 ‘씨익’ 미소 지을 때, 배불리 먹고 기분좋게 자는 모습을 보면 고통은 어느새 사라진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열심히 젖을 빨아보지만, 금세 지쳐서 잠들던 예성이를 볼 때마다 안쓰러워서 분유를 줬던 미안함, 엄마만이 줄 수 있는 소중한 걸 충분히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랄까…, 예성이가 자주 아픈 아이였으면 그 미안함은 더 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주고 있어서 고맙다.”

신생아에게 “모유가 좋다, 분유가 좋다”는 논쟁은 의사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모유수유가 신생아의 육체적 건강과 정서적 건강을 위해서 좋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모유는 인공분유에 비해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면역성분이 함유돼 있어 아기의 질병 예방과 두뇌발달을 돕는 가장 이상적인 영양공급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모유를 먹이면 아기와 엄마 사이의 친밀감을 강화시켜 아기의 정서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외로 모유수유를 시도하는 엄마들이 ‘완모’(완전모유수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유니세프가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지정한 안양 샘여성병원의 양인숙 간호팀장(국제모유수유전문가)은 완모에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을 “엄마들이 모유수유를 전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거의 엄마들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새끼줄 쳐놓고 한 방에서 산모가 아기에게 젖을 주면서 같이 생활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요즘의 엄마들은 달라요. 모유수유는 자녀에게 좋으니까 해야 하는 하나의 선택사항이에요. 부담을 안고 시작하는 것이지요. 분유라는 유혹이 모유를 줘도 되고, 안 줘도 된다라는 의식 구조를 만들었어요.


열심히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엄마를 오히려 방해하는 주위 환경이 엄마에게 모유수유는 외로운 싸움이라고 인식시키기도 해요. 산후조리원에서는 ‘엄마는 푹 쉬어야합니다. 아이는 신생아실에 맡기세요. 지금은 젖병 물리고 나중에 모유수유해도 늦지 않아요’라고 말을 하고, 할머니는 ‘나오지 않는 젖을 먹이느라 설쳐대니 애가 울지. 남편이 분유값 다 벌어다 주는데 그거 뒀다 뭐에 쓸려고 하니. 똑똑한 엄마만나서 어여쁜 내 손주가 고생하는구나’라는 등 이런 저런 소리들이 엄마의 의지를 꺾어요.


결국 ‘30분 전에 먹였는데 또 우네, 정말 젖이 부족한 건가, 아이가 젖병에 익숙해져서인지 예전처럼 내 젖을 물질 않네, 남편은 옆에서 코골며 자고 있고…, 그냥 분유 먹일까’라며 중도에 포기하는 엄마들이 많아요.”
양 팀장은 20년 가까이 산부인과에 근무하면서 산모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것이 모유수유라고 말한다. 모 광고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고 했는데, 엄마가 선택한 모유수유는 자녀의 10년이 아닌, 평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엄마들은 천재를 키우기 원하죠. 그러나 가슴이 따뜻한 천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모유수유를 해야 해요. 엄마 젖을 빨면 젖병을 빠는 것보다 50배 정도 힘이 들어가고 뇌세포가 성장하지요. 또 모유에는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비타민이 우유보다 2~5배가량 높아요. 이와 함께 모유수유를 하면 ‘옥시토신’이라는 애정호르몬이 분비되어 엄마의 사랑이 아이에게 전달되지요. 특히 요즘처럼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해야 하는 엄마라면 더욱 모유수유에 집중해서 애정을 줘야 해요.”

 

한편 양 팀장은 완모를 위해서 국가에서 모유수유를 실시하는 병원들을 지원하여 모유수유를 권장하는 병원들이 많아지고, 학교교과내용에도 ‘모유수유’를 다뤄줄 것을 요구했다.
“모유수유 전문 병원이라고 해서 국가에서 크게 지원하는 것은 없어요. 일반 병원들은 엄마 젖을 먹이는 것 보다 신생아실에서 젖병 수유를 시키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대부분 모유수유를 하지 않아요.

 


또 일부 이익을 구하는 병원에서는 분유회사와의 커넥션 때문에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지요. ‘모유수유를 고집하며 적자상태에 머물 것인가, 분유를 택할 것인가’이지요. 돈에 대한 유혹이 힘든 것이 사실이에요. 국가에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과 같이 국제적으로 인증된 모유수유권장병원에게 지원을 해준다면 어느 병원이 옳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따르겠습니까.


또 ‘가정’ 등의 교과과정에서도 모유수유의 중요성을 다루면 좋겠어요. 어릴 적부터 자연분만, 모유수유 등 엄마와 아기의 관계를 알려주면 요즘처럼 성문란화나 낙태 등의 사회문제가 많이 해소될 거예요.”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Baby Friendly Hospital Initiative)은 매년 모유수유주간에 관련 항목에 대한 국제적 평가 기준에서 우수한 평점을 받은 병원을 대상으로 인증하는 유네스코의 사업. 현재 국내에서 45개 병원이 인증됐으며, 샘여성병원은 2005년부터 5년 연속으로 ‘아기에게 친근한 병원’으로 지정됐다. 한편 샘여성병원은 자병원 환자 및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모유수유클리닉과 예비 부모교실을 무료로 열어 모유수유 및 자연분만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Q&A] 모유수유, 이것이 궁금하다
모유수유를 실패하게 만드는 많은 오해들, 진실을 밝힌다.

01. 젖이 모자라다, 젖이 충분하지 않다?
No, 대부분의 엄마젖은 충분하다 못해 과잉생성도 흔하다. 특히 한국인은 99%가 젖이 충분하고 1%의 소수만이 젖이 부족한 특이체질이라는 사실…. 단, 충분한 모유량은 하루 10회 이상의 수유(아기가 배고픔을 호소할 때마다)와 대소변횟수체크, 바른 수유자세를 전제로 한다. 모유량이 부족한 엄마에게는 유방 마사지를 통해 유선을 뚫어주며, 분유를 젖병에 담지 않고, 아기의 입에 한 두 방울씩 떨어뜨리는 혼합수유를 시도한다.

02. 유두혼동이 뭔가요?
아기가 젖병 꼭지에 길들여져서 엄마 젖을 기피하는 현상이다. 젖병은 살짝만 물어도 분유가 나오지만, 엄마 젖은 애를 써야하기 때문에 젖병을 물어본 아기들이 엄마 젖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젖병을 물리지 않는 것이 유두혼동을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03. 가슴이 작은데 젖이 부족하지는 않을까요?
가슴의 크기는 젖량과 전혀 상관없다. 가슴의 크기는 유선에 있는 지방조직에서 담당하는데 이것은 젖을 만드는 일에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가슴이 작은 엄마도 모유수유에 성공할 수 있다.

04. 젖을 짜면 맑은데 영양가가 없는 것인가요?
젖은 전유와 후유가 있다. 수분이 많아서 매우 투명하고 맑게 보이는 전유는 아이의 장을 편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 걸쭉한 후유는 지방성분이 있어서 성장의 동력원이 된다. 그래서 젖을 한번 빨릴 때 전유에서 후유까지 나올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갖고 빨려야 한다. 젖을 먹이고 30분 정도 지난 후에 젖을 짰을 때, 맑은 전유가 나와야 아기가 후유까지 충분하게 먹은 것이다.

05. 아기의 혀가 짧아서 젖을 제대로 빨지 못합니다.
아기의 혀가 입의 아래쪽과 붙어 있는 경우에는 잘 빨지 못하고 유방에도 통증을 유발한다. 이 병이 의심되면 구강외과나 이비인후과에서 상담을 하고, 필요하면 혀 밑을 자르는 수술을 해야 한다. 그러나 모유수유는 계속해도 된다. 


편성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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