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미용실에서 매주 목요일 아침 한 시간씩 4주에 걸쳐 강의를 하고 있다. 기업이나 대학에서는 강의를 많이 해보았지만 미용실은 처음이다. 참가자들의 상황과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적합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몇 명과 인터뷰를 했다. 모두들 힘들어 했다.


제대로 대우 받는 헤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수년간 힘든 스텝역할을 해야 했다. 급여는 최저 수준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 실력만 인정받으면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수입도 괜찮았다. 문제는 그들의 마음상태였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다.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있었다.


빨리 시간이 흘러 정식 디자이너가 되어 어느 정도 돈을 벌면 커피숍이라도 하나 차리겠다는 게 그들의 꿈이었다. 당연히 그들의 표정은 밝지 못했고 고객들을 향한 억지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서로에 대해서도 무관심했다. 그냥 시간이 빨리 흐르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그들에게 물었다. 자신의 고객들이 자신의 손길을 거쳐 바뀐 모습을 보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차분하게 본 적이 있는지를. 또 그들이 그때 어떤 마음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모와 이미지 때문에 고민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누군가의 정성스러운 손길을 통해 누가 봐도 멋진 모습이 되었다면 그때 그 마음은 어떠할까? 아마 그 손길의 주인공을 안아주고 싶을 것이다.


머리를 디자인하고 메이크업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머리 모양을 바꿔주고 화장품을 발라주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누구를 만나더라도 당당하게 대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다. 자신에 대해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자부심을 회복시켜 주는 것이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의 얼굴이 점점 밝아지는 것이 보였다. 여기 저기 떠돌던 눈빛들이 나를 향해 뚫어져라 집중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스스로 정립하고 있어야 한다. 아무것도 아닌 항아리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치는 사람이 있다.


주변에서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이 한 번뿐인 인생을 저런 항아리 만드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걸까. 10년, 20년 시간이 흘러 대가가 된 그가 만든 항아리 하나의 가격이 2000만 원이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되면 다른 사람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문제되지 않는다.

DID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정립한 진정한 가치를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것이다. 나의 진심으로 다른 사람의 진심에 연결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