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전도왕 이병욱 원장의 '하프타임'이야기

하프타임은 하나님의 섭리대로 생활하기로 결심하면서, 소명을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지금까지는 세상적인 것에 너무 열정으로만 살아왔다면, 하프타임 이후의 시간은 하나님의 지혜와 소명을 발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죠.


“하하하하하하하하”
‘의사 전도왕’으로 알려진 이병욱 교수가 원장으로 있는 대암클리닉을 방문했을 때였다. 우렁찬 웃음소리가 진찰실 밖까지 흘러나왔다. 놀랍게도 그는 암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종양 수술 전문 외과의사로 안정된 길을 걷다가, 갑작스레 보완통합의학을 선택했다.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몸은 물론 마음과 영혼 등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28년간 암은 메스로 잘라내야만 한다고 믿었던 그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하프타임’을 가지면서 부터다.

“과연 ‘메스가 최선일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저의 하프타임은 건강과 영혼 그리고 관계까지 폭넓게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수술실을 떠난 후 저는 일뿐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변화를 맞이했지요.”
‘하프타임’(Half-time)은 문자 그대로 운동경기 중간에 쉬는 시간이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남성 75.7세, 여성 82.4세임을 고려했을 때 인생에 있어서의 하프타임은 40세다. 스스로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를 경험한 이병욱 원장은 삶이 치열할수록 하프타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40대는 대기업에 다녔던 사람들이 퇴직을 걱정하는 시기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어서 살아온 만큼 살아가야 하는데, 돈, 건강,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나아진 것이 없어 젊었을 때의 자신감은 날로 줄어듭니다. 이때 하프타임을 갖고 우리의 몸과 영혼을 돌아봐야 합니다.”

치열하게 열정을 갖고 살아왔지만, 방향이 잘못되어 있으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몸과 마음이 병에 든다는 것이 이병욱 원장의 설명이다. ‘메스가 최선일까’라고 물었듯이, 자신이 지금 행복한지 되물어야 할 시기가 바로 하프타임이라는 것.
그는 이러한 생각이 신앙에서 왔다고 말한다.

“하프타임은 하나님의 섭리대로 생활하기로 결심하면서, 소명을 발견하는 시기입니다. 이게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지금까지는 세상적인 것에 너무 열정으로만 살아왔다면, 하프타임 이후의 시간은 하나님의 지혜와 소명을 발견하면서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죠.”

이런 믿음이 결국 이병욱 원장의 치료법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은 것이다. 하프타임 이후, 신앙의 주어가 ‘나’에서 ‘하나님’으로 바뀌었다는 그는 “과학과 의학의 틀을 넘어서 하나님의 관점에서 환자를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병욱 원장이 일주일에도 아홉 번 이상 환자들과 함께 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료법 중에 하나이지만, 환자들의 삶을 하나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힌단다.
이병욱 원장은 22년째 오지로 의료선교봉사를 떠난다. 매년 필리핀을 꾸준히 도와온 그는 그곳 학생에 6년간 장학금을 줘 의사가 되게 하는 등 완전히 자립시켰고, 얼마 전부터는 몽골로 향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이병욱 원장은 “하프타임은 자기중심적 신앙에서 탈피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변을 둘러보고 돕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샌드라 쿡이라는 미국 여성을 소개했다.

“그녀는 미국의 명문대학을 나와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로 일했어요. 나중에는 모토로라에서 커뮤니케이션 사업 전략을 총괄하는 직책까지 갔지요. 이변이 없는 한 안정이 보장된 삶이었는데, 돌연 그는 2주간 하프타임을 갖고 오지의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왔어요. 결국 그는 안정된 직장에 사표를 내고, 지금은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하는 일을 돕고 있어요. 2만 그루의 묘목을 자비로 구입해 시민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지요.”

나의 몸과 영혼을 돌보기 위해 갖기 시작한 하프타임이 남을 위한 삶으로 변화되는 터닝포인트의 지점인 것이다. 이병욱 원장은 많은 사람들의 하프타임을 돕기 위해 얼마 전 <내일도 내 삶은 눈부시다>(대성닷컴 펴냄)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기독교 서적은 아니지만, 이 책의 중심된 원리들은 모두 신앙에서 왔다”고 귀띔했다.

이병욱 원장이 말하는 하프타임

# 아프면 하프타임도 귀찮다. 예수의 밥상으로 돌아가라.
예수는 자신이 사역할 만큼만 드셨던 것 같아요. 예수의 식탁에는 특별식이 별로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난한 가정의 식탁이었지요. 건강한 식탁의 기본은 소박하게 먹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열두 제자와 함께한 것처럼 식사는 여럿이 하는 것이 좋아요.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가 제일인 거지요. 현대의 질환과 병은 욕심에서 출발합니다. 식탐도 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이 먹으니까, 그 죄의 결과로 생기는 병이 생활습관병입니다. 당뇨나 고혈압 등이 그것이죠.

# 마음은 심폐소생술을 원한다. 말씀, 기도, 예배는 치료의 기본.
세계보건기구는 ‘인류를 괴롭히는 세계 3대 질환’으로 우울증을 선정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연예인의 자살도 우울증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2020년이 되면 우울증이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질환 중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연구도 있어요.
우울해 보이면 교회에서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해요. 계속 접촉하는 공동체를 만들어야겠지요. 말씀과 기도와 예배는 치료의 기본입니다. 성령님이 분명히 터치해야 될 부분입니다. 하나님의 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예배의 자리에 나와야 하고, 공동체도 우울증을 오픈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목사님들이나 선교사분들도 1년에 한번은 건강진단과 정신감정을 받아야 합니다. 마음에 평강이 있는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 가정에서 내 삶을 따뜻하고 견고하게. 가정예배는 필수.
가정과 교회를 떠나서는 신앙생활을 제대로 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가정이 평안한 하나님의 안식처가 되어야 합니다. 부부는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싸움을 하더라도 아이들 앞에서는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말씀과 기도가 없기 때문에 가정이 흔들립니다. 본질을 붙들어야 합니다. 세상의 가치 추구를 하지말고, 하나님의 가치를 추구해야 합니다. 자녀는 우리의 부속품이 아니라,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기뻐하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 해야 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새벽기도를 함께 갑니다. 저녁을 먹으면서는 성경 말씀을 함께 나누기도 하구요. 가정도 예배하는 자리가 되어야 합니다.

# 영생을 알아야, 죽음이 두렵지 않다. 웰다잉을 위한 하프타임.
죽음은 또 다른 영성으로 가는 시작입니다. 잘 살았던 사람은 잘 죽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죽을 수 있는 것이 하프타임을 통해 준비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요즘 말하는 ‘웰-다잉(Well-Dying)’입니다. 의미있는 하나님의 부르심인 것입니다.
제 암환자 중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이었는데 아주 분노에 차 있었고, 부모와 자신에 대한 원망이 가득했습니다. 저는 회진 다닐 때마다 기도를 해주었지요. 그는 도망을 다니다가, 어느 순간 기도를 받겠다고 하더라구요. 눈물을 흘리면서, 나의 기도가 진심으로 들려졌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나도 예수 믿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마음에 평강이 오니까 진통제, 항생제도 많이 안 쓰게 되었어요. 그는 기독교 장례를 치러달라며 어머니도 기독교를 믿었으면 좋겠다고 유언을 했습니다. 그때 저는 죽는 순간이 하나님 영광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예수님 고백하지 않고 죽는 죽음은 모두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죽음은 삶이 빌려주는 또 다른 여정의 시작입니다. 하프타임 때를 가치 있게 보내면
죽음이 하나도 두렵지 않고, 영생을 향한 발걸음이 됩니다.

이범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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