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차 남이섬을 다녀왔다. 이야기만 많이 들었을 뿐 실제 가보기는 처음이었다. 강의장으로 가기 위해 섬의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에 들어섰다.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성이 터졌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나무들이 너무도 단정하게 정렬해 있었다. 살갗에 와 닿는 공기의 촉감은 시원하면서도 온화했다. 오염된 공기에 잔뜩 쭈그러들어 있던 심장의 주름들이 팽팽하게 펴지는 느낌이었다.

길을 따라 몇 걸음 옮기는데 길 옆 수풀에서 다람쥐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앞발에는 도토리 같이 생긴 먹을거리가 들려 있었다. 그 녀석이 길 중간쯤 왔을 때 갑자기 또 한 마리가 달려 나왔다. 그러더니 둘은 먹을거리를 중간에 두고 엎치락뒤치락 장난을 쳤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순간적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쏜살같이 반대편 숲으로 내달렸다. 나는 가던 길을 멈추고 녀석들이 숨어 들어간 숲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실제 다람쥐를 본 것이 아니라 TV 속에서 톰과 제리를 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야! 남이섬이 이런 곳이었구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편안함과 따뜻함이 올라왔다.

몇 개월 전 남이섬의 CEO 강우현 대표가 쓴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인생과 세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꿈을 향한 끈질긴 집념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 남이섬에 다녀온 뒤에 그 책을 다시 차분하게 살펴보았다.

남이섬은 원래 젊은이들과 연인들이 많이 찾던 유원지였다. 섬에는 여러 놀이시설들과 술과 음식을 파는 위락시설이 많았다. 곳곳에 소주병과 쓰레기들이 난무했고 취객들의 고성방가와 무질서가 흔했다. 결국 남이섬은 IMF 사태와 함께 회생불가, 대출 불가, 매각불가의 3불 상황을 맞게 된다. 이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강우현 대표가 자진해서 남이섬의 CEO로 취임하게 된다.

그는 자신의 월급을 100만원만 받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남이섬의 콘셉트를 “유원지에서 관광지로” 전환할 것을 제시한다. 섬 안에 있던 식당들과 각종 위락시설들을 모두 섬 밖으로 철수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밤중에 강물에 던져지는 테러를 당하기도 한다. 또한 돈이 없으므로 자금을 투입해 새로운 일을 벌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섬 안에 여기저기 버려져 있던 쓰레기들을 재활용해 섬을 가꾸기 시작했다. 흉측하게만 보이던 소주병들이 아름다운 꽃병과 예술적인 조형물로 재탄생했다. 섬 안에 널려 있던 쓸모없는 나무들과 각종 폐기물들이 방문객 사진촬영의 명소로 탈바꿈했다. 결국 지금은 연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송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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