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스 웨이[Mandela's Way]

이 책은 ‘성인’(聖人)으로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때로 좌절하고 겁에 질리며 실수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한 ‘인간’이 역경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가는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만델라의 정신을 우리 일상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철학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2010년 6월 11일 남아공 월드컵 개막식, 참석하기로 되어 있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전날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증손녀를 잃었던 것. 200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시 일일이 FIFA 위원들을 만나며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는 대변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personally)’ 개막식에 참석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1969년 7월 로벤 섬 교도소, 아파르트헤이트(흑백 분리 정책) 철폐를 위해 투쟁하다 국가반역죄로 수감 중이던 만델라는 장남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날 만델라는 감방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 만델라는 평소처럼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석회석 채석장에 나가 일했다. 왜냐면 그는 자신이 지닌 상징성, 그러니까 이미 개인 만델라가 아닌 흑인해방운동의 지도자로서의 만델라를 누구보다도 절실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그 내용이 나온다. 만델라는 나중에 이렇게 고백한다. “교도관들과 동료 수감자들에게 무력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그러니까 만델라는 가족을 잃은 비극적인 시련 앞에, 한번은 흑인 해방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인 만델라’로서, 한번은 사랑하는 손녀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할아버지 ‘자연인 만델라’로서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다. 실제로 1999년 대통령 임기를 끝으로 정치 불개입을 선언한 이래, 철저하게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국가적 사건인 월드컵 개막식 참석조차 ‘개인적’인 일로 선을 그은 단호함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만델라의 방식 곧 ‘만델라스 웨이’(Mandela's way)이다.

<만델라스 웨이>는 만델라의 인생에서 발견한 15가지의 지혜이다.
우리는 이 책에서 멀리 있는 성인 만델라가 아닌 내 가까운 곳에 있는 인간 만델라를 만난다.
이 책은 ‘성인’(聖人)으로 박제된 모습이 아니라, 때로 좌절하고 겁에 질리며 실수하고 마음을 다치기도 하는 한 ‘인간’이 역경을 극복해가는 과정, 그리고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 위기의 순간을 헤쳐 나가는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만델라의 정신을 우리 일상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철학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저자 리처드 스텐절은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의 편집장이다. 그는 3년 동안 만델라의 자서전 작업을 함께했으며,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만델라를 동행 취재한 사람이다. 유명한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을 함께 작업했으며, 1997년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영화 <만델라>의 공동 프로듀서를 맡기도 했다.

이 책은 저자가 만델라와 오랜 시간 깊은 대화를 나눈 끝에 만델라로부터 삶의 중요한 교훈들을 추출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저자가 제시한 15가지의 만델라스 웨이는 이런 것이다.

1. 때로는 ‘용감한 척하는 행동’에서 진짜 용기가 생겨난다.
2. 신중하고 생각하고, 분석하고, 그 다음에 행동하라.
3. 앞에서 이끌 때도 항상 동료들을 생각하라.
4. 능력과 전문지식을 갖춘 이들에게 도움을 청하라.
5. 역할에 어울리는 이미지를 구축하라.
6. 핵심 원칙을 세워라. 다른 모든 것은 단지 전술일 뿐이다.
7. 다른 사람들의 장점에 주목하라.
8. 적을 파악하라.
9. 라이벌을 가까이하라.
10. 아니라고 말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11. 게임은 길다.
12. 사랑은 차이를 만든다.
13. 그만두는 것도 이끄는 것이다.
14.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15. 자기 자신만의 텃밭을 가꿔라.

이 가운데 ‘게임은 길다’는 한 부분을 소개해 본다.
“종국에는”(in the long run), 이 말은 만델라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27년간의 수감생활 동안 만델라는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단호하게 보이기 위해 서두를 때보다, 천천히 그리고 깊이 생각해보는 편이 거의 항상 나은 결과를 가져왔다. 만델라가 로벤 섬에 있을 때, 일부 젊은 수감자들은 그가 충분히 빠르게 대처하지도, 당국의 횡포에 제대로 도전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묻곤 했다.
“지금 하면 안 됩니까?”
만델라는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며칠, 몇 주, 몇 달, 몇 년 동안에는 자네 말이 맞을 거야. 하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종국에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야.”
중요한 건 진행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속도는 사람들을 도전하도록 고무하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음을 만델라는 경험을 통해 알았다.

‘인생은 길다. 그러니 천천히 가라.’
‘만델라스 웨이’는 그저 흔하거나 얕은 자기계발서가 아니다. 올 여름 휴가 떠나기 전 <만델라스 웨이>를 손에 넣어두기를 바라며….

박명철 기자

<만델라스 웨이>
삶, 사랑, 용기에 대한 15개의 길

리처드 스텐절 지음
빅영록 옮김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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