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것>
▶이 책은 정신과 전문의 문지현 씨가 썼으며, 도마의길에서 펴냈다.

생산적인 사랑은 관심을 가지고 따스하게 돌보는 것이다. 책임지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헌신과 어느 정도의 구속이 필요하다.


당신이 알고 있는 사랑은 아마 불완전할지 모르겠다. 정신과 전문의 문지현 씨는 우리들이 빠지기 쉬운 사랑에 대한 오해들을 열거한다. 문씨가 열거한 사랑의 착각들은 하나같이 우리의 사랑을 다지고 세우는 데 중요한 가르침을 던져준다.

01. 관계가 삐걱거린다면 사랑이 아니야
한 번도 다투지 않은 커플이 있다면 그 관계에는 끈끈한 사랑이 결핍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의견 일치를 위해 끊임없이 밀고 당기는 과정을 통해 둘만의 시간이 추억과 역사로 쌓인다. 그 시간을 지나온 둘은 진정한 의미에서 하나가 된다. 그들이 함께한 시간들을 통해서.

힘들면 사랑이 아니라고? 아니다. 오히려 힘들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다. 뭔가 잘 맞지 않는 것 같을 때 미리 겁먹지 마라. 더 용감해져라. 당신에게는 그것들을 넘어설 힘이 있다.

02. 사랑에 빠지는 건 철없는 짓이야
“바보, 아직도 사랑을 믿니?”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사랑을 믿지 않는다. 사랑을 의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의심을 통해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욕구가 숨어 있을 수 있고, 그 마음의 뿌리에는 낮은 자존감이 깔려 있다. 물론 사랑이 항상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 사귀지 않았다면 상처 받지 않을 수 있던 사람들이 굳이 사귀면서 상처를 입는다.

그렇다고 사랑을 의심하며 사는 게 해답일까? 그렇지 않다. 사랑은 분명 존재하는 능력이자 현실이다. 사랑은 의미 있다. 실망과 상처만 가득했던 시간이라도 그 경험을 통해 삶에 숨어 있는 더 큰 의미를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그 사람을 의심하느라 정작 사랑할 기회마저 놓치지 말라.

03. 성공하면 더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어
누군가가 성공을 목표로 하면서 따뜻한 관계들을 외면한 채 앞만 보고 달려 나간다면, 매슬로우의 욕구 피라미드로 미루어 볼 때 그가 꿈꾸는 성공은 자아실현이나 자아존중이 아닌, 안전성을 위한 수준에만 머문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는 성공에 대단한 의미를 부여할지 몰라도 그의 성공은 솔직히 말해 자기 한 몸의 안락을 추구하는 데 불과하다.

시기를 조절하여 합리적인 때에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 전까지 자기 일에 몰두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성공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다가 다른 모든 것을 놓쳐 버렸음을 뒤늦게 깨닫는다면 그만큼 아프고 아쉬운 일도 없을 것이다.

04.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나보는 게 중요해
이성관계는 돈을 투자하는 일과 달라서 어떤 면에서 다른 모든 가능성을 지워버리고 올인하게 만드는 강제성을 띤다. 그래서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계란을 나눠 담는 투자원리보다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면 안 되는 신앙생활과 더 비슷하다.

이 사람 저 사람 잠깐씩 만나면서 어느 쪽이 나을지 고민하는 것은 성숙한 관계 형성을 위해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그런 패턴이 오래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한 명만 선택해서 만난다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배제하기 때문에 깨지고 잃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거절당할 두려움까지도 다 현재의 관계 안에 쏟아 넣기 때문에 상대방의 가치는 그만큼 더 커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05. 사랑은 구속하지 않는 거야
진정한 자유는 세상에 없다. 돈 쓸 자유 뒤에는 그 돈을 벌어야 하는 의무가 기다린다. 맘껏 쉴 자유 뒤에는 쉬기 전과 쉰 후에 일할 의무가 기다린다.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자유롭지 않고, 자유롭기로 작정하는 순간 그 자유라는 덫에 의지하고 집착하는 게 솔직한 우리 모습이다.

자신이 배운 대로 자신에게 맞춰주지 않으면 사랑이 아니라고 결론 내리는 젊은이들을 본다. 그렇게 길들여진 세대이다.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상대방의 자유를 못 본다. 아니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분리와 고립을 두려워한 나머지 진정한 자유로부터 도피한 결과이다. 생산적인 사랑은 관심을 가지고 따스하게 돌보는 것이다. 책임지는 것이고, 다른 사람을 존경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랑에는 헌신과 어느 정도의 구속이 필요하다.

06. 필이 안 통하면 못 만나지
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상대방의 가치가 아니라 내 안의 온갖 생각들이 거울에 비치듯 반영된 결과일 때가 많다. ‘진짜 그’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소한 일들을 함께 하면서 의견 차이로 다투어도 보고 그럴 때 서로 어떻게 해결하는지 배우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게 중요한 것에 앞서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있다. 나는 나를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07. 화려한 사랑을 꿈꾸는 건 죄가 아니야
드라마나 영화 속의 커플을 보면서 우리는 화려한 사랑을 꿈꾼다. 나도 영화 같은 사랑을 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밑바닥을 흐르는 지독한 열등감을 볼 일이다. 그들은 행복이 성적순이라고 착각한다. 비교하기 때문이다.

<거지왕자> 이야기를 아는가? 왕자는 남루한 옷을 입고 빈민굴에 던져져도 왕자이며, 거지는 왕궁에서 호의호식을 누려도 거지일 수밖에 없었다. 왕자는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라해 보일지 걱정하지 않지만 거지는 언제 자신의 천한 모습이 발각될지 몰라 두렵다. 높은 자리가 행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화려한 사랑?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거지인가, 왕자인가 볼 일이다. 왕자라면 비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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