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대학강의가 끝났다. 과목은 ‘자기계발과 진로선택’이었다. 학기 초 첫 수업시간에 본 학생들의 모습은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산만하고 눈빛에 힘이 없었으며 표정에는 잔뜩 먹구름이 드리워 있었다. 조금만 더 운이 좋았으면 서울의 명문대에 갈 수 있었다는 아쉬움과 서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다. 축 쳐져 있는 그들의 어깨가 내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눌렀다. ‘이 안타까운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감과 열정을 회복시킬 수 있을까?’ 방향은 한 가지, 자신을 제대로 다시 보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본인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신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남들이 생각지도 못한 것을 시도했던 나의 DID 사례를 공유했다. 그리고 과제를 주어서 학생들의 DID 사례를 만들어내도록 했다. 가족과 친구 그리고 처음 만난 이들에게 자신의 첫인상과 장단점에 대해 직접 인터뷰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이 이루어냈던 모든 일들을 기억해내도록 했다. 기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도록 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을 구체적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비전보드를 만들도록 했다.


수업 마지막 시간에 미술경영학과의 한 학생이 제출한 소감은 내 마음을 뜨겁게 해주었다.
“자기계발과 진로선택이라는 수업은 ‘어차피 안 될 거, 뭐하러 고생하냐’는 식의 제 마인드를 ‘어차피 안 될 거, 부담 없이 도전이라도 해보자’는 식으로 바꾸어 주었고 최종적으로는 ‘도전해서 안 되는 건 없다’라는 깨달음을 남겨주었습니다. 졸업 후에도 비전 계획을 성실하게 실천해나가 꼭 소마미술관 큐레이터라는 최종 목표에 도달하고 말겠습니다.”


이 학생은 얼마 전 소마미술관 자원봉사자 모집에 지원했다. 그런데 자원봉사임에도 다른 지원자들이 모두 본인보다 학벌이 좋고 대부분 외국 유학 경험까지 있는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고 자기소개서 맨 첫 장에 수업시간에 했던 ‘소마미술관’이라는 목표가 적힌 비전보드를 첨부했다. 면접관들은 그 학생의 특이한 자료를 보고 그녀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많은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수업시간에 발표했던 것처럼 DID정신을 발휘해 자신 있게 대답을 했고 결국 다른 스펙 좋은 많은 지원자들을 뒤로하고 합격할 수 있었다.


어차피 안 될 거? 부담 없이 도전이라도 해보자.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