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틸리히가 이런 말을 합니다.
외로움은 혼자 있는 고통이고, 고독은 혼자 있는 즐거움이다.
고독의 발견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우리는 혼자라서 외로운 게 아니라 혼자이지 못해서 외로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홀로 있는 즐거움을 누리려면 우리 안에 부지런한 수행과 단단한 영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물론입니다.
‘고독이 나를 위로한다’는 책을 펴낸 출판사가 보낸 보도자료에는 고독에 대한 매력적인 문장이 있습니다.


“‘혼자’를 즐기는 힘이 고독이다. 고독은 에스프레소 같다. 그 쓰디쓴 달콤함처럼, 처음에는 낯설지만 익숙해지면 매혹되는 최상의 향기다. 우리는 의미 없는 방황을 멈추고 에스프레소를 즐기듯 고독 속으로 침잠하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고독을 삶의 기술로 재발견해내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혼자일 때 있는 인간은 그대로의 자신을 느낀다고 합니다. 초라한 자는 초라한 자신을 만나고, 위대한 정신을 소유한 자는 위대한 자신과 만난다는 것이지요.
자발적인 고독을 찾아 길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주의 올레길을 걷거나 멀리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고독할 때 인간은 자신의 본래 모습과 만난다”고.


이번 호에는 서영은의 산티아고 순례기 ‘노란 화살표 방향으로 걸었다’를 읽으며 그가 들은 하나님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 면을 할애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산티아고는 길이며 숲이고 낙엽이며 바람이다. 걷기는 자연과 대지의 신비를 탐색하는 모노드라마이다. 이 드라마는 수고와 기쁨의 양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수고이면서 동시에 기쁨이 되는 걷기이다. 다리가 수고하면 가슴에는 기쁨이란 이슬이 맺힌다.”
성도를 일컬어 순례자라 합니다. 천성길을 향하여 한 걸음 한 걸음 믿음의 눈과 귀로 걸어가는 존재입니다. 꼭 그렇게 깊은 영적 해석을 달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이 계절은 걷기에 더 없이 적절한 시간입니다. 연둣빛 잎들 속에서 생명이 빛나는 광경을 볼 수 있고, 그 푸름이 익어가는 향기도 누릴 수 있습니다.


홀로 그 걸음을 걷는 시간이라면 어느새 행복한 고독의 시간을 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홀로 있는 그 시각, 내게 말씀하시는 그분의 음성이 이 푸른 계절의 축복처럼 내리쬘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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