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음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 그 바탕
어떤 물음을 던지는지에 따라 그 질문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제자들이 그렇게 질문한 동기는 아마도 자기들 가운데 누가 '첫째가 될 것'인가 하는 경쟁 심리에서 나온 물음이지 싶다. '제일 큰 자'가 누구인지 확인을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등급 매기는 일에 제자들은 관심이 많았다. 누가복음에서는 이 이야기를 “제자 중에서 누가 크냐 하는 변론이 일어”났다고 적었고, 마가복음에서는 “서로 누가 크냐 하고 쟁론하였”다고 했을 정도다.
우리들의 의식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누가 더 점수가 높고 누가 더 똑똑하고 재주가 있는지, 누가 이른바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지 그것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세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터져 나옴직한 물음이다.

# 대답
예수께서는 한 어린아이를 불러 제자들 가운데 세우신 뒤 말씀하셨다.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이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라” 하시고, 그렇게 자기를 낮추는 바로 그가 “천국에서 큰 자라”고 말씀하셨다.
어른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여 곧잘 무시하여 사람 수를 셀 때는 계산에 넣지도 않고 빠뜨리기 일쑤인, 열외의 보잘것없는 어린 아이 그 어린아이처럼 되어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어린아이처럼 된다는 말은 이런 의미이다.
잘난 척하며 뻐기지 않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높낮이의 서열에 따라 사람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지 않으며, 거짓말 할 줄 모르고, 남을 해치면서라도 자기의 입지를 굳히려는 어른들의 술수와 잔꾀와도 멀며, 안과 밖이 다른 어른들의 이중인격과 숨은 이해타산도 알지 못하고, 겉으로 웃으면서 뒤에서 모략을 꾸미는 어른들의 표리부동함과 계산과도 다른, 그래서 안과 밖이 투명하여 맑은 것이다.
그러니 예수께서 '어린아이'와 같아야 한다고 한 뜻의 핵심은 우리가 무시하고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는 것에 대한 새삼스런 가치의 확인이며 그 가치의 인정이다.
그것은 '자기를 낮추는' 겸손이다. 큰 자를 뒤따르며 자기의 실속을 차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자'를 귀하게 여기며 그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고 그러한 삶의 지향성이다.
하지만 중요하지 않다고 가볍게 여겨 그 수많은 시험에서 재려하지도 않고 잴 수도 없는 겸손의 마음과 실행, 겸손함이 낳는 사랑과 봉사와 같은 가치는 우리의 관심 그 중심부로부터 떨어져 저 변두리에 밀려나 있다.
이제 그 변두리의 가치를 우리의 의식 한가운데로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껏 '중심'이 되는 것으로 여겨 온 것이 실제는 '중심'의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

# 변화를
예수의 이 가르침은 곧 어른의 길을 돌려 어린아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곧 거드름 피우며 자기의 생각과 행동과 제 삶의 방식이 옳다고 믿고는 갖은 짓 다하는 어른들, 그러면서 자기의 한계와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는 그 어른들의 삶에서 '돌이켜'야 한다.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부족하다는 고백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마음가짐이자 구원의 조건이다.
호세아도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벗어나 구원받은 것은 이스라엘이 '어렸을 때' 곧 ‘어린이다움’을 지키고 있을 때였다고 말한다. '누가 제일 큰지?'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어린이다움을 생각해 봐야 할 이유이다. 큰 것을 생각하면서 마침내 바알 우상들에게 나아가 제사 지내기까지 한 어른들이 걸어온 삶의 방향을 되돌려놓아야 한다.
어린이다움을 찾는다는 것은 지금껏 우리들이 '크게' 여겨온 것을 걷어내고 중요치 않다고 여겨 주변으로 밀어내었던 '작은' 것을 우리의 삶 한가운데로 다시 끌어들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 오늘, 우리
어른들과 어린아이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시간이 짧은 것도 문제이지만, 그 시간에 가족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까? 어른들이 어린아이에게 무엇을 들려주며 어떤 가치를 전수해야 할까?
무엇을 대화의 중심에 두고 무엇을 대화의 주변으로 밀어내야 할까?
어린이다움을 주변으로 밀어낸 뒤 일그러진 어른의 가치를 전수하고 있지는 않는지, 정작 우리가 지금 물어야 할 물음이다.

박영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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