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난 비가 오면 괜히 마음이 잦아들면서 우울해진다. 그 상태로 책상에 앉아 있으면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마음속에서는 계속해서 뜬금없이 어두운 이미지들이 카메라 플래시 터지듯 지나갔다. 그 이미지들은 선명한 것도 아닌데 그냥 내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펜을 들었다. 노트를 펼쳤다. 그리고 무조건 써 내려갔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대로……. 앞뒤 낱말이 연결이 안 되고 문장도 일관성이 없다. 하지만 그냥 계속 써 내려갔다. 그렇게 노트 앞뒤로 3장 분량을 빽빽이 채우고 나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몰입할 수 있었다.

우리 마음은 조건화되어 있다. 어려서 부모에게 학대받은 사람이 어두컴컴해져 가는 저녁 무렵에 그런 일을 당했다면, 그는 성인이 되어서도 저녁 무렵이면 마음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으면서 들었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그 찢어지는 아픔이 지금의 가슴에 고스란히 재현된다. 우리 마음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교육시킨 적도 없는데, 그렇게 조건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 조건화된 마음으로 인해 상처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소화해내지 못하고 우울증에 발목 잡혀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마음 쓰기’는 이 마음의 사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해준다. 무조건 쓰는 것이다. 현재 생각나는 모든 것을 그냥 빠른 속도로 쓰는 것이다. 거기에 나의 모든 무의식과 상처와 아픔, 그리고 꿈과 희망이 가감 없이 드러나도록 재빠르게 써나간다. 내 마음이 조건화된 생각을 주입하기 전에 빠른 속도로 마음의 저편을 향해 써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다 토해내고 나면 속이 편안해지면서 한숨 돌릴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알아채게 된다.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조건화,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내 마음이 조건화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면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내가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조건화된 마음에 끌려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상처에 주목하지 않고 현재의 기쁨을 누리며 미래의 꿈을 향해 도전하는 벅찬 열정을 누려도 되는 존재임을 알아야 한다. 과거가 나의 미래를 망치도록 해서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 상처가 나의 비전을 망가뜨리도록 두어서는 안 된다.

DID는 마음으로 마음을 향하여 하는 것이다. 조건화된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마음 쓰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최초에 주셨던 아름다운 마음을 회복하자. 기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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