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존엄성이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일의 가치 회복이 신앙의 회복

인간의 삶은 어떤 면에서 먹고, 자고, 일하고, 먹고, 자고, 일하고, 또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을 되풀이 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원하든지 원하지 않든지 우리는 깨어있는 대부분 시간을 일하는 데 보낸다. 남자거나 여자거나, 교육을 받았거나 받지 못했거나,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우리 모두는 일을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여가를 즐기고 레저를 즐기는 전형적인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일이라는 것이 본래 가지고 있던 존엄성과 의미를 상실했기 때문이다. 마치 약이 쓰지만 건강을 되찾는 데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일이라는 것 역시 유쾌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거나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일? 필요하지만 유쾌하지 않은…

아무도 일 그 자체의 가치만을 위해 일할 필요를 느끼거나 일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현대인들이 일을 하는 것은 돈을 필요로 하거나 돈을 원하기 때문이다. 음식, 의복, 가옥, 오락, 휴가, 안전, 은퇴 후의 안락한 생활을 돈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일을 한다. 이와 같은 것들을 얻기 위해서 일은 필요하면서도 유쾌하지 못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스럽고 끝없는 질병과도 같은 노동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려고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과 관련하여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나는 오늘 일해야 한다”는 말이지 “나는 오늘도 일할 수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러나 일에 대한 이와 같은 태도는 올바르지 않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있어서 일이란 거룩한 청지기로서의 소명이며 영적인 활동이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일을 하도록 사명을 받았다.
고대 헬라인들은 일에 대해서 이러한 태도를 가지지 않았다. 헬라의 철학자 플라톤의 신은 일을 하는 신이 아니다. 플라톤에게 있어서 신은 위대하고 무한한 사상가일 뿐이다. 플라톤의 신은 이 세계를 만든 신이 아니라 단지 계획했을 뿐이다.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철학자는 귀족이며, 사상가며,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다. 헬라인들에게 있어서 노동자들은 천대와 멸시를 받았다. 일을 천한 것으로 보았다. 우리가 아직도 손으로 노동을 하는 사람들은 천하게 생각하고 머리로 사고하는 사람들은 더 높고 존귀하다고 생각한다면 이러한 태도는 성경적인 태도가 아니라 이교적인 헬라적 태도이다.

손은 천하고 머리는 존귀하다?

우리가 경배하고 섬기는 성경의 하나님은 일하시는 하나님이다. 여호와 하나님은 창조의 일을 하셨으며, 자신이 만드신 세상을 섭리하고 다스리는 일을 하고 계신다. 하나님께는 불법적인 파업이나 명퇴나 조기은퇴라는 것이 없다. 하나님은 자신의 세계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은 자신이 창조하신 세계와 함께 하시는 분이시다. 창조 세계를 섭리하고 다스리는 일을 통해서 하나님은 오늘도 이 세상을 유지 보존하시고 통치하신다.
여호와 하나님은 또한 구속하시는 일을 하신다. 하나님은 십자가의 보혈과 빈 무덤을 통해서 우리를 구속하시는 일을 성취하셨다. 하나님은 지금도 중생과 성화, 그리고 영화의 방법을 통해서 우리의 구속을 적용하시는 일을 하시고 계신다.
여호와 하나님은 일을 하셨고 지금도 계속하여 일을 하시는 하나님이시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은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 그리고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드러내 보여 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일의 존엄성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인간의 타락은 일의 존엄성을 빼앗아 버렸다.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존엄성을 가졌던 일(work)이 이제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노동(labor)이 되어 버렸다.

타락 이후 일이 노동으로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일이 의미와 목적을 상실하게 되었다. 인간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일은 이제 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필요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아담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을 구속하시고, 다시금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영광과 이웃을 위해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일에 새로운 활력과 존엄성을 부여해 주셨으며, 일을 한다는 것이 다시금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는 소명이 되게 해 주셨다.
우리의 가정과 일터에서 일을 할 때 우리 모두 일할 수 있는 사람으로 부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특별히 그리스도의 보혈로 구속받은 성도로서 이제는 단순히 우리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서 일할 수 있는 사명자들이 되었다는 사실로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성수 목사(고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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