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안수현 씨..."항상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하는 의사는 그 청년이 평생 처음이었다" 

2006년 1월 5일 밤 10시 30분 한 젊은 청년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명망가도, 의료계 권위자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학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의학자도 아니었고, TV에 출연하는 잘 알려진 의사도 아니었다.


그러나 만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고 안수현 씨의 장례식장에는 그의 영정사진이 걸리기 전부터 물밀듯 들려오는 조문객으로 들어설 곳이 없었다. 어떤 계산도 깔리지 않은 순전한 슬픔, 그 한가지로 4천 명이 넘는 그의 지인들이 몰려들었다. 의사들, 간호사들, 병원 직원들, 교회 선후배들, 그가 만들고 섬기던 선교단체 ‘예흔’ 동역자들, 대학부 제자들, 군인들 등등. 그 안에는 그가 일하던 병원 청소하시는 분, 식당 아줌마, 침대 미는 도우미, 매점 앞에서 구두 닦는 분도 섞여 있었다. 구두 닦는 분은 고 안수현 씨의 지인에게 “자신에게 항상 허리를 굽혀 공손하게 인사하는 의사는 그 청년이 평생 처음이었다”고 추억했다.


고 안수현 씨는 생전에 글을 잘 썼다. 의대생 시절부터 ‘스티그마’란 ID로 신앙과 음악, 신앙 서적에 관한 글을 쓰는 작가였다. 그의 싸이월드 홈페이지는 새롭고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CCM, 좋은 책들에 관한 정보가 넘치는 그리스도인들의 쉼터로 알음알음 인기를 모았다.


안수현 씨가 유행성출혈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그의 지인들은 그가 남긴 글들을 모아 책으로 엮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라도 “예수의 흔적을 좇아 달려가던” 고인의 자취를 곁에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2009년 7월 출간된 ‘그 청년 바보의사’에는 고인이 남긴 글과 함께, 박경철 의사, 김록권 전 국군의무사령관 육군 중장, 김민철 예수병원장, 이철신 목사, 김동호 목사 등이 그를 추억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의 지인들은 “인턴과 레지던트, 군의관이 되었어도 그는 항상 똑같았다”고 증언한다. 예배를 사랑하고, 전도를 하고, 자기 것을 나누는, 한길밖에 모르는 바보였다고….


“그는 어딜 가는 하나님께 속해 있음을 당당하게 드러냈습니다. 글을 쓸 때도 사람을 만날 때도, 무얼 먹거나 마실 때도, 그는 한 결 같이 크리스천이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 확실해도 그는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겐 그는 ‘밥맛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밥맛없는’ 그가 말을 하거나 행동을 하면 사람들이 신뢰했습니다. 그는 어디에 가도 그 빛을 잃지 않는 푸른 나무였습니다.”


지금도 그의 홈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200명의 사람들이 다녀간다. 그를 추억하는 지인들도 더러 있지만, 상당수는 책을 통해 그의 삶에 감동을 받은 이들이다. 교회 소모임 필독서로, 친구의 뜻밖의 선물로, 지인의 추천으로 ‘그 청년 바보 의사’를 읽고 그의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찾아온 이들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그이지만, 시간을 내어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고 짧은 감사의 인사를 남긴다.


“멋진 삶을 살아온 그 모습에 너무 감동했습니다. 나도 당신의 삶을 닮고 싶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이렇게라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박성희 기자

그 청년 바보의사
안수현 지음, 이기섭 엮음, 아름다운사람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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