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세계의 모든 생명체들은 상호 유익을 주는 생물이건, 피해를 주는 생물이건 간에 모두가 종족을 보존하면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생명 세계는 상생상극(相生相剋)의 관계 속에서 약육강식, 적자생존, 자연도태 등의 법칙에 따라 종족이 보존되거나 멸종되기도 합니다. 창조세계는 창조주께서 지으신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신 공생(共生)의 공간입니다. 자연의 세계에서는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살아가는 슬기를 발휘해서 공생의 길을 걸어가면서 비교적 평화롭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촌에는 인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상극(相剋)의 문화가 득세하여서 인간들이 자신들의 지평을 넓혀나가게 되었습니다. 과학의 발달로 학자들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벌레 같은 유해한 것들을 박멸하려고 독한 약을 사용합니다. 그렇지만 또 다시 새로운 병균이나 바이러스가 나타나서 인간들을 공격함으로 공포에 떨게 합니다. 특별히 내성이 생긴 병균들은 지금까지 사용한 약물의 효과를 무력화시킵니다. 그래서 무슨 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새로운 병이 나타나서 많은 생명을 무참하게 앗아갑니다.


어떤 병을 지구상에서 영구히 퇴치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지금까지 알지도, 보지도 못했던 병들이 나타나서 인류가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현대 의학의 발달로 결핵은 거의 퇴치되었다고 떠들었지만, 최근의 통계에 의하면 내성이 강한 결핵균이 생겨 현재의 약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AIDS 같은 특별한 질병이 생겨서 불치의 병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식물의 세계나 동물의 세계에도 함께 나타나서 조류독감과 같은 무서운 전염병이 발생하여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어떠한 병균을 죽이기 위해서 독한 약을 사용하여 그러한 병원체를 근절했다고 장담하면서 좋아하지만 그것이 돌연변이를 일으켜서 새로운 품종의 유전인자가 만들어짐으로 강력했던 저항성을 완전히 상실하여 죽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공생 공존의 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아프리카에는 스트라이가(Striga)라는 잡초가 있습니다. 보라색 꽃이 만발하는 스트라이가는 주변의 모든 농작물들을 말라죽게 하는 독초라는 의미에서 “악마의 풀”(Witchweed)이라고 부릅니다. 세계의 과학자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황폐화시키는 스트라이가를 죽이는 농약을 만들어서 박멸하는 정책을 폈으나 모두 실패하고 농토만 황폐화시켰습니다. 그러한 중에 김순권 박사가 스트라이가를 길러서 옥수수와 교잡시켜서 스트라이가에 내성이 강한 옥수수 원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래서 스트라이가와 옥수수는 상극(相剋)의 관계에서 공생(共生)의 관계로 변하여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에 북한과의 관계도 상극의 관계로 규정하며 서로가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상대방을 부정하고 없애려는 시도를 하였다면 이제는 상호 실체를 인정하면서 상생의 관계로 발전해야만 할 것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공생(共生) 공존(共存)의 길을 모색하여 한민족 일국가의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나가야만 할 것입니다.


2005년 통독 독일의 최초 여성총리가 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삶을 통해 공존 공생의 원리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메르켈은 가톨릭 정당인 기민당에서 개신교신자로서 종교적인 편견을 넘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해 나갔습니다. 남성 중심의 정치풍토에서 동독 출신 여성으로 온갖 장애요소를 극복해 나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신앙을 팔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를 결코 하지 않았고, 수많은 장애물을 적대시하기 보다는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성품과 포용력을 발휘하여 박해와 비난을 넘어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신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대립하기 보다는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알게 되도록 신앙의 가치들이 이루어지는 삶을 살아갔던 것입니다.


이제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창조주 하나님께서 이 세상에 공생의 공간을 창조하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세계를 만드는 데 협력해 나가야겠습니다.


손인웅 목사(덕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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