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 교사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가운데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란 모임이 있습니다. 며칠 전 그곳으로부터 이메일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여느 시민단체들처럼 이들도 기부금으로 운영합니다. 올해 들어 어려운 살림살이를 메우기 위해 매월 1000만 원의 후원금이 들어오는 재정구조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그리스도인 교사들을 대상으로 이메일 후원요청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이 단체가 만들어진 지 1년 6개월이 되었는데 후원요청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편지를 보낸 직후부터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매일 100여 건 가까운 회원가입 메일이 폭주한 것입니다. 일주일도 안 되어 목표액의 절반이 채워졌습니다.


단체의 간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겨우 이런 편지 한 통으로 후원에 응해줄 사람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간사들은 기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적지 않은 후원을 하면서 너무도 적은 후원금이라 부끄럽다는 메시지도 붙이고,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등불의 역할을 감당해 달라는 수많은 답글도 달았습니다. 글을 읽으며 간사들은 눈시울 뜨거워졌습니다. 그러면서 이 뜨거운 반응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국가도 해결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교육 모순, 입시경쟁과 사교육의 고통을 풀어보겠다는 노력에 대한 기대였던 것입니다.


한국교회에는 이처럼 하나님께서 맡기신 소중한 일들에 헌신한 분들이 많습니다. 환경운동에 평생을 헌신한 그리스도인들이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북한에서 온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던진 이들도 있습니다. 사회 모든 분야마다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고자 그들의 하나밖에 없는 인생을 던진 이들입니다. 그들의 헌신은 많은 경우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그들이 처음의 헌신을 끝까지 팽팽하게 가져가도록 돕는 일 또한 성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겠지요.


종교사회학자인 이원규 교수님은 최근에 펴낸 책에서 한국교회의 성도들이 성숙해야 하는데 성숙도를 알 수 있는 조건 하나로 신앙적인 사회인, 사회적인 신앙인이 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지키는 청지기로서 위임한 일들을 잘 수행하는 것이라고 부연설명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시민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곧 정치적인 민주화, 경제적인 평등, 사회적인 복지, 문화적인 성숙 등을 지향하는 사회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위임한 이런 일을 잘 수행하는 방식으로서 시민단체들을 위해 관심을 갖고 작은 기부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운동행’이 올해부터 시작한 ‘아름다운 소비자운동’은 바로 이런 아름다운 참여의 마음까지 포함하는 운동입니다. 독자들의 참여와 관심을 호소하는 까닭은, 이것이 곧 우리 교회를 성숙시키고,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사명을 감당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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