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때때로 “당신은 종교를 가지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일반적인 대답은 “예, 저의 종교는 기독교(또는 불교, 천주교 등)입니다”라고 말한다. 또는 “저는 무교입니다”라는 대답을 들을 때도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종교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흔히 종교적인 행위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기도를 할 때, 찬송할 때, 성경을 읽을 때, 그리고 구제의 행위를 할 때 우리는 일반적으로 종교적인 행위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업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일은 종교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녀를 가르치거나 시민으로서 투표를 하는 일도 종교와는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회에 출석해서 예배하고, 기도하고, 찬송할 때는 아주 신실한 그리스도인처럼 열정적으로 행동하지만 나머지 생활에서는 불신자들과 똑 같이 행동하는 삶의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종교는 좁은 의미에서 경건과 관계되는 행위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것을 포함한다. 성경은 종교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 아니라 삶 전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의 삶 자체가 본질적으로 종교라고 가르친다. 그래서 개혁주의 신학자들은 “삶은 종교다”(Life is religion)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기독교신앙은 무엇보다 우주 전체가 왕 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속해 있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우리의 주인 되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주의 모든 영역에서, 단 1평방 인치의 영역도 제외시키지 않으시고 “이것은 내 것이다!”(This is mine!)라고 주장하신다. 그러므로 우주의 왕이시기도 한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 된 우리들도 경제, 사회, 정치, 문화, 교육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왕 되신 주님께 순종하고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며 확장해 가는 데 동참해야 한다. 이러한 삶이 진정한 의미의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의 신앙은 단순히 의식적인 종교 행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기도와 예배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을 찬양하고 경배해야 한다. 우리는 또한 우리의 신체를 건강하게 단련하고, 동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며, 다른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가난하고 병든 이웃과 나그네들을 위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봉사할 때도 역시 하나님을 찬양하고 섬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굶주리는 북한 동족들과 외국인 근로자들, 그리고 참담한 재난을 당한 아이티 국민들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일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하나님의 왕국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부활의 첫 열매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왕이 되시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모든 행위와 방법들을 통하여 사탄의 나라에 저항하면서 빛의 왕 되신 예수 그리스도께 순종해야 한다. 우리의 삶은 종교적인 부분과 비종교적인 부분으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우리의 삶 전체가 주님께 속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김성수 목사 (고신대학교 전 총장)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