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찾아오면 농부의 마음을 생각한다. 가장 아름다운 마음은 농부의 마음이다. 농심은 천심이다. 예수님은 “내가 참 포도나무요 내 아버지는 그 농부라”(요 15:1)고 말씀하셨다. 농부의 마음을 읽으면 하나님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농부는 하늘을 보고 산다. 농부는 위를 보고 살며, 하나님을 바라보며 산다. 농부는 혼자의 힘만으로 농작을 할 수 없음을 안다. 위에서 비를 주시고, 태양 빛이 있어야만 곡식이 자란다는 사실을 농부는 잘 안다.

농부의 마음은 무릎을 꿇는 겸손한 마음이다. 농부는 무릎을 꿇고 산다. 땅을 경작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땅에 심은 곡식을 돌보기 위해 무릎을 꿇는다. 농부의 무릎을 꿇는 모습 속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본다. 무릎을 꿇는 모습 속에서 겸손을 배운다. 농부를 보면 무릎으로 사셨던 예수님이 생각난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것들은 모두 무릎을 꿇는 헌신을 통해서 나오는 것이 분명한 것 같다.

농부의 마음은 정직하다. 농부는 심은 것을 거두고 심는 대로 거둔다는 사실을 안다. 농부의 마음은 기대하는 마음이다. 농부의 마음속에는 빛나는 설렘이 있다. 씨앗을 심는 농부의 가슴속에는 출렁거리는 가을이 담겨있다. 농부는 봄에 씨앗을 심으면서 오곡백과가 넘치는 논밭을 본다. 그러므로 농부는 비전의 사람이다.

농부의 마음은 풍부한 마음이다. 농부는 비록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지만 풍부의식속에 산다. 자연의 풍부함을 안다. 생명의 풍부함을 안다. 농부는 씨앗 속에 담긴 가능성을 알고, 무한한 잠재력을 안다. 작은 벼를 한 알 심으면서, 그 한 알의 씨앗을 통해 수많은 곡식을 추수할 것을 안다. 농부는 땅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곡식을 사랑한다.
농부는 생명의 신비를 안다. 생명은 탄생하고 성장하고 성숙하고 열매를 맺는다. 또한 농부는 생명의 역설적인 능력을 안다. 생명이란 비바람을 맞으며 오히려 강해지며, 역경 속에서 더욱 순수하고 크게 자란다. 뜨거운 여름 태양빛 아래서 곡식은 알차게 여무는 것이다.

농부의 마음은 가꾸는 마음이다. 가꾸는 마음은 아름답다. 가꾼다는 것은 돌본다는 것이다. 돌봄은 관심에서 시작하고 관심은 사랑에 있다. 결국 농부의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이다. 땅을 가꾸고, 곡식을 가꾸는 농부에게서 우리는 정성을 배운다. 성실을 배운다. 성실처럼 고귀한 성품은 없다. 살아가면서 배우는 것은 성실에는 황혼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 보배로운 성품을 우리는 농부에게서 배운다.

농부의 마음은 인내하는 마음이다. 기다리는 마음이다. 농부는 준비하며 기다리고, 가꾸며 기다리고, 추수 때를 기다린다. 모든 것은 인내를 통해 성취되고 열매를 맺는다. 거듭 기억하라. 농심은 천심이다. 그래서 농심을 갖고 사는 사람은 지혜롭다.

 

강준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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