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5일 남북의 교회가 함께 공통의 기도문으로 기도하였습니다. 기도문 일부를 옮기면 이렇습니다.

“하나님께서 64년 전 우리 민족을 일제로부터 해방시켜 주시고, 민족 분단과 전쟁의 고통 가운데서도 대화와 화해의 길을 열어주시고, 그리스도인들이 공동으로 평화와 협력을 위해 기도하게 하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의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증오와 불신은 그대로 남아 있고, 남북 간 분단의 장벽과 대결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저희를 주님의 십자가 은혜 안에서 용서하여 주시고, 진정으로 이해하고 협력하며 살아가는 민족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기도문은 “우리 모두 자신이 받은 은사로 통일의 일꾼이 되게 하소서”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남북교회는 하나님께 우리 안에 있는 욕심과 이기심, 그리고 상대를 향한 증오와 불신에 대해 용서해 줄 것을 고백하였습니다. 전쟁의 시간을 보내지 않은 세대로서 그 고통을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또 헤어진 가족들이 만나고, 서로의 ‘다름’을 극복하여 통일의 땅으로 나아가는 데 일꾼이 되어야 함을, 하나님께선 역사의 이름으로 오늘 우리들에게 교훈합니다. 화해와 평화의 사도로 살아갈 것을 엄하게 말씀하십니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살아가며 우리는 그 역사의 교훈을 자신의 은사로 실천해내고자 한, 화해와 평화의 사도들을 한 분 한 분 역사 저편으로 떠나보냅니다. 누구보다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갈구하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런 분이었지요. 그가 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작년 어느 강연장에서 신학생들에게 남북의 화해와 평화는 우리 민족이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하던 그분의 목소리를 잊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아직 그가 뿌린 씨앗은 채 싹도 내기 전이고, 계절은 벌써 겨울에 접어드는 듯합니다. 남은 자들의 몫은 결코 녹록하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역사와 대화하며 살아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것이 당장 우리의 생각과 차이를 갖거나, 우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또 역사는 우리를 향해 오늘의 선택이 남긴 결과를 질문할 것입니다. 그 질문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오늘의 우리들, 한국교회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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