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유별스럽게 표시 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신앙을 실천해야 하는 어떤 상황이 갖추어졌을 때 그리스도인 됨의 숨은 속성을 어김없이 나타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미국 그랜드 래피즈 주 미시간에 소재한 칼빈대학교의 이념적 기초를 놓은 학자로 존중받고 있는 니콜라스 월터스톨프(Nicholas Wolterstorff) 박사는 1970년대에 경향성 학습(Tendency Learning)을 강하게 주창한바 있다. ‘경향성’이란 나타나 있는 어떤 모습이라기 보다는 숨어 있는 속성이며, 어떤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나타나는 특성과 같다. 예컨대 ‘설탕을 물에 넣으면 녹는다,’ ‘유리에 압력이나 충격을 가하면 깨진다,’ ‘자석에 쇠붙이를 가까이 하면 그것을 끌어당긴다’라고 할 때 녹는 성질과 깨어지는 성질, 끌어당기는 성질 등이 바로 경향성이다. 경향성 학습이란 학습이나 훈련 과정의 결과로 학습자 편의 어떤 경향성을 증진시키거나 감소시키는 학습을 의미한다.

월터스톨프가 경향성 학습을 주창한 이유는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관점이나 사고를 형성해 주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형성해 주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는 외형적 표식을 떠벌리거나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부산지역 CEO 초청만찬회에 강사로 초청된 자리에서 “커피 한 잔 놓고 오랫동안 기도하는 분들 중에 신뢰 있는 분은 주변에서 별로 보지 못했다”고 말하여 폭소를 자아낸 적이 있다. 평소 바쁜 일정 속에 시장실에 찾아 온 교계 인사들 가운데 커피 놓고 길게 기도할 때 정말 답답하다고도 말했단다.

그냥 흘러듣기에는 뼈가 있는 말이다. 진정한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라고 유별스럽게 표시 내지 않는다. 그러나 자신의 신앙을 실천해야 하는 어떤 상황이 갖추어졌을 때 그리스도인 됨의 숨은 속성을 어김없이 나타내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서 강도 만난 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준 사마리아인에 대한 주님의 비유는 바로 우리의 신앙이 행동하는 경향성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사실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인간의 행동 경향성을 어떻게 책임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훈육, 모델링, 그리고 이유 제공이라는 세 가지 중요한 전략이 있다.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의 행동 방식에 영향을 주고자 한다면, 긍정적인 행동에는 보상을 주고 부정적인 행동에는 불쾌한 결과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의 모범적인 행동은 경향성을 형성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행동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방법도 역시 경향성 형성에 도움을 준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문제들 중 하나는 기독교인들이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고 교회 수도 날마다 늘어나는데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교회의 영향력은 점점 더 감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넓고 깊은 바닷물을 짜게 하는 것은 0.3%의 소금이다. 마찬가지다. 기독교를 표방하는 거대한 프로젝트나 행사가 없어도 신앙을 실천해야만 하는 어떤 상황에 부딪쳤을 때 자신의 신앙을 삶 속에서 어김없이 구현할 수 있는 행동 경향성을 나타내 보이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을 때, 부패하는 사회와 문화를 변혁시킬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차세대를 향해서 이같은 행동 경향성을 형성시켜줄 수 있는 효율적인 학습전략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훈육할 수 있는 권위를 상실해 버렸으며, 말과 행동에서 모범을 보여줄 모델링의 측면에서도 그 역할을 상실했고, 또 왜 그런 방식으로 행동해야 하거나 행동하지 않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능력도 상실해 버렸다.

경향성 학습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야 할 때다. 한국교회는 특히 세상을 향해 잘못된 행동을 꾸짖고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는 선지자적 용기와 권위를 회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는 삶의 현장에서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모델링 역할을 잘 감당해야 한다.


김성수(고신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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