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못골시장은 전통시장 살리기의 좋은 사례로 꼽힙니다. 친절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청결하고 게다가 파는 물건까지 기대 이상입니다. 위생청결점포시범사업이라고, 전국의 모범 점포 여든 곳을 선정하는 사업이 있는데 그 중 열 곳이 못골시장 점포일 정도지요.

못골시장에는 라디오방송국이 있어서 상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인생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라디오에 소개된 상인들 이야기가 한 권 책으로 나왔습니다. ‘과거’는 저마다 다르지만 못골시장에 와서 비로소 ‘사장님’이 된, 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삶이 얼마나 신성한지 이야기해 줍니다.

등록금을 면제 받으려고 권투부에 들어간 아들의 경기를 보고 온 뒤 몇날 며칠을 앓은 어머니, 먹을 것이 없어 치킨 뼈다귀로 사골국을 대신하던 ‘임신한 아내’를 말없이 지켜보던 젊은 가장, 회사에서는 노조 간부로 찍히고 동료 빚보증까지 잘못 서 빚더미를 안게 된 전직 기자…, 이런 저런 갖가지 사연을 가진 시장 사람들에게 못골시장은 살 맛 나는 터전이 되어줍니다.
그들 이야기입니다.

먹물들이 버텨봐야 얼마나 버티겠어? 석 달 버티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런 이웃 사람들의 ‘기대’를 무너뜨리며 새벽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하루 세 시간도 채 못 자고 그야말로 ‘미친 듯이’ 장사를 해서 산더미 같던 빚을 다 갚게 된 분식가게 아저씨. 뻥튀기 집 아저씨는 보잘것없는 잡곡 몇 줌도 풍성한 과자로 만들어내는 그 마법을 자신의 인생에다 비유해 줍니다. 가난하고 신산한 인생일망정 가진 것으로 정성껏 뻥튀기를 튀겨내듯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세상살이가 버겁거나 나른해질 때면 이곳 못골시장을 다녀오면 어떨까 싶네요.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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