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희 교수님이 며칠 전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소아마비로 다섯 살 때까지 누워만 있었고, 그 후엔 평생 목발에 의지하여 살았으며, 9년 동안 세 차례의 암 진단을 받으며 투병하다가 그 고단한 길을 마치신 분입니다. 하지만 서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여성학회로부터 국제여성지도자로 선정됐고 서강대 영문과 교수와 번역가 수필가로서 자신의 소명을 다했던 분이지요.

암이 재발했을 때 그는 “하나님은 다시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넘어뜨린다”고 말하며 자신을 곧추세웠지요. 누군가 “나쁜 운명을 깨울까봐 살금살금 걷는다”고 말할 때 그는 오히려 “그렇다면 좋은 운명도 깨우지 못할 것 아닌가. 나쁜 운명, 좋은 운명 모조리 다 깨워가며 저벅저벅 당당하게, 큰 걸음으로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지요.

그가 마지막 투병을 하면서 꼼꼼하게 만들었다는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습니다. 기적이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기적이 다른 먼 곳에 있지 않고, 아프고 힘들어서 하루하루 어떻게 살까 노심초사하며 버텨낸 나날들이 바로 기적이다, 그렇게 말하며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말하는 책입니다.

“맞다. 지난 3년간 내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인지도 모른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늘 노심초사했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며 잘 이겨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 갈 것이다.”

5월, 이 푸른 계절에 그녀를 보내면서 그녀가 남기고 간 그 내공의 힘을 수혈 받고 싶습니다. 죽음을 바로 앞에 두고도 더 아름다운 기적을 꿈꾸던 그분 장영희 교수님을 곧추세워주던 그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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