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우리는 가정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생각의 깊이를 더해 보신 분은 공감하시겠지만 우리 가정의 행복은 결국 우리 가정 밖의 행복과 떼놓을 수 없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음을 깨닫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 ‘존 라베, 난징의 굿맨’을 보면서 더욱 그런 교훈을 확신하게 됩니다.

존 라베라는 분은 1908년부터 1938년까지 지멘스라는 기업의 중국 지사장으로 근무하였습니다. 그는 특히 난징대학살 당시 난징 안전구 국제위원회 의장으로 25만 명의 중국인들을 보호하는 데 온힘을 쏟았습니다.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를 보신 적 있으시다면 존 라베는 난징의 쉰들러 같은 분으로 이해하시면 될 듯합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중국의 수도 난징이 일본에 함락당한 뒤 30만 명에 이르는 중국인들이 목숨을 잃은 사건입니다. 하루 2~8만여 명의 여성이 일본군에 강간당했고, 각종 잔인한 방법들로 학살되었습니다. 인류역사에서 1937~1938년은 참으로 끔찍하고도 긴 겨울로 기록되고 있지요. 존 라베는 그해 겨울, 일본군이 난징에 입성한 뒤 중국 사회의 상층 계급들과 정부 관계자들, 군인과 경찰조차 떠나버린 도시에서 ‘안전구’(安全邱, safety zone)를 만들어 폭력과 강간의 위협에 노출된 수십만의 민간인들을 보호했습니다.

존 라베는 왜 이런 일에 뛰어들었을까요? 그는 하나님께서 그 현장에 머물게 했다고 고백합니다. 독일에 남은 가족들에게 보낸 성탄절 편지에서 아빠를 위해 기도해줄 것을 부탁합니다. ‘난징의 굿맨’으로 일하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그의 가족들을 위한 일임을 믿었던 것입니다.

‘낙관적 생각’이란 책이 나와 있지요.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석학 스티븐 핑커는 이 책에서 세계적인 평화에 대한 자신의 낙관이 한 가지 희망에서 비롯된다고 말합니다. 그 희망은 다름 아닌 “폭력 감소는 여러 세기에 걸친 실제적 현상이며, 조직화된 폭력은 작동을 멈추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 같은 폭력을 색출하여 아마도 병 속에 밀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라고….

가정의 달은 어쩌면 우리 가정을 위해 온 땅의 평화를 생각하는 시간인지 모르겠습니다. 존 라베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올 가을 쯤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우리도 접할 수 있을 듯합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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