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문화가족 이야기]

115개국 110만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다문화사회’에서 교회역할 찾기에 열중

서울 중랑구에서 마련한 다문화가정의 한국문화체험.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이 이제는 익숙한 말이 되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60여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들과의 공존사회다.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구가하면서 3D업종을 기피하기 시작했고, 우리가 기피하는 일터에 외국인들이 대신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가 아닌 셈이다. 115개국에서 11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살아가며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런 현실을 잘 인식하고 ‘다문화 사회’에 빨리 적응해 나간다면 우리도 지구촌시대를 살아가는 데 더 익숙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행스런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기독교단체나 교회들이 외국인과 외국인 가정들을 돌보는 사역을 시작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교회의 다문화가정 사역을 돌아본다.

다문화가정을 위한 한국역사교육.
지난 한 해 동안만 국제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동 수는 31%나 늘어났다. 이들이 주로 초등학교 학생인 점을 감안하면 국제결혼을 통해 출생한 아동들이 이제 취학연령에 이른 것이고 앞으로 매년 이런 추세로 다문화가정 어린이가 증가할 전망이다. ‘다문화가정’이 우리 사회 속에 잘 정착되고 나아가 행복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일 또한 교회가 안고 가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된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들이 다문화사회로 나아가는 우리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그들을 섬기고 있다.

사회변화에 발 빠른 교회의 대처

경기도 안산시에서 개최한 다문화가정 체육대회.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살면서 한국인들의 3D(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업종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그러나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살아온 우리 문화는 그들에게 많은 장벽이 되고 있다. 언어와 교육 종교는 물론이고 경제적 격차와 생각의 차이 등으로 말미암아 외국인들의 정착은 다른 나라보다 더욱 많은 희생과 고통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이들의 고통을 위로하고 풀어주어야 할 역할을 가장 먼저 떠안은 곳이 교회였다. 이주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교회를 중심으로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언어의 장벽을 해속하기 위한 ‘한국어반’ 개설, 법적 경제적 문제로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해 마련한 ‘쉼터’ 등이 대표적이었다. 또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열었고, 병든 이들을 위해 그들만의 병원을 짓거나 교회에 무료진료센터도 열었으며, 교회의 전문 인력들을 총동원하여 이방에서 온 낯선 나그네들이 새 고향처럼 정착할 수 있도록 보살펴 온 것이다.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전문화’

평택대학교 다문화가족센터(김범수 소장)에서 개최한 다문화가정 행사.
단일민족국가의 오래된 문화를 다문화체제로 전환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어느새 우리의 이웃으로 가까이 와버린 다문화가정들.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해 결혼이민자 새터민(탈북자) 등으로 나눠지지만 하나같이 선한 사마리아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며, 교회는 무엇보다 그들에게 가슴을 열어 다가가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해온 셈이다.

헌신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서서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알아내 그것을 채우고 이 땅에 적응하고 정착하는 것을 돕고 있다. 그러면서 교회의 사역은 더 넓어지고 깊어졌으니 오히려 그들이 존재함으로써 교회는 교회다워지는 셈이다. 우리 사회가 너무 빠른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어 비록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사역현장에 투입되는 어설픈 측면도 없지 않으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 전문적인 사역노하우를 채득하고 있다.

특히 기독교 대학인 평택대학교는 가장 먼저 이 문제에 눈을 돌려 다문화가족센터를 설립해 운영함으로써, 2006년 다문화가족복지 전문인력 양성 특성화대학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평택대 다문화가족센터는 지자체 및 복지기관, 교회 등과 꾸준히 연계사역을 하는 한편 사역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워크숍 등도 계속하여 개최해 왔다.

영성에 걸맞는 인식변화 필요

여기에 더해 교회마다 펼치는 다문화가정 사역이 교회들 간에 상호 교류하면서 연대를 형성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협력사역을 펼쳐나간다면 더욱 효율적인 사역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다문화가족센터가 교회와 교회를 잇는 가교역할을 활성화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는 어쩌면 중요한 실험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작은 나라 코리아에 저마다의 꿈을 안고 찾아온 수많은 이방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 실험은, 그동안 ‘단일민족국가’라는 문화를 향유하여 온 우리가 이제 지구촌의 일원으로 열방을 섬기는 선교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 나라 방방곡곡에 뿌리 내린 우리 교회들의 역할은 무엇보다 지대하고 그 영향력은 강할 것이다. 바라기는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다문화가정을 향해 신앙 고백적 마음가짐으로 섬김의 영성을 채워가기를 소망해 본다. 하나님의 일이란 언제나 당신의 백성이 품은 영성에 따라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박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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