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잘’ 해서 소문난 분이 있습니다. 그녀의 선물은 경쾌하여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친구 부부에게 오래 건강하라고 놋수저를 이쁘게 포장하여 선물하고, 수놓은 행주를 대바구니에 담아 보자기에 싸서 선물합니다. 그녀와 교제하는 이들의 승용차 뒷자리엔 그녀가 선물한 부채가 꽂혀 있습니다. 그녀의 부채엔 한지를 뜯어 꽃 나비 잠자리 같은 것들을 붙여 만든 것인데, 햇볕도 가리고 옷에 묻은 먼지도 털며 서양영화에 드레스 입고 부채로 얼굴 가린 귀부인들처럼 부채 들고 이것저것 들여다볼 때 예쁘게 쓰라, 권하면서 선물한 것입니다.

마당을 두고 살림하는 그녀는 온갖 나물과 호박과 무말랭이와 고춧잎과 무청시래기 같은 것을 가을 햇볕에 널어 말려 보자기에 곱게 싸서 놀러오는 이들에게 하나씩 안겨줍니다.

때로 그녀의 선물은 물건을 건네고도 마음을 건네는 듯 만듭니다. 친구 집 가서 친구 아들에게 만 원을 주고서 “누나한테는 네 마음대로 나눠줘”라고 말한답니다. 그러면 그 아이는 하루 종일 누나를 괴롭힙니다. 사천 원 준댔다가 삼천 원 준댔다가 그렇게 돈으로 협박을 하다가 밤에 잘 때 오천 원을 준답니다. 그녀는 이걸 떠올리고 아이한테 일부러 ‘시험’을 선물한 것입니다. 시험에 빠졌다 선 사람은 이 다음에 흔들리지 않는다며, 원래부터 서 있는 사람은 없고 비틀거리다가 바로 선다며, 그 경험을 아이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선물을 받는 사람만 생각지 않고 그의 남편, 그의 아내, 그의 시어머니…, 그렇게 생각하여 선물합니다. 친구가 시어머니 모시고 살면 그 시어머니께 잘 해드리는 게 그녀의 선물인 것입니다.

그녀에겐 선물수첩이 있답니다. 작년에 뭘 주었는지 그래서 올해는 뭘 주어야 하는지 기록하는 수첩입니다. 선물이란 가볍게 즐거운 정도면 좋다고 말합니다. 마음이 묻어와서 기쁜 정도면 좋다고 또 말합니다. 받고 벅차서 갚아야 할 마음이 든다면, 그렇게 선물을 저울에 달 정도라면 이미 선물답지 않다, 생각합니다. 대신 사소하더라도 잊지 않고 건네는 일, 그래서 기쁨을 일궈내는 일이 선물을 주고받는 일이라 그녀는 말합니다.

5월엔 선물할 날이 많습니다. 선물하기 전에 그 선물 하나에도 언어가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건네준다면 좋을 듯합니다. 마음을 잘 담아내는 일,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센스입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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