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신간▶‘내가 사랑한 조선’]
플로렌스 J. 머레이 지음, 김동열 옮김, 두란노 펴냄

의료선교사 머레이 박사...1927년 한국 최초의 결핵 요양소 개설

막내를 낳고 나서 자궁에서 무언가가 나왔어요. 앉지도 못하고 걷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때 어떤 여자가 와서 자기가 치료해주겠다며 부엌칼로 뭔가를 잘라냈어요. 그 뒤부터 잘라낸 부위에서 흘러나오는 액체 때문에 냄새가 심하여 가족들이 집안에서 잠도 못자게 합니다.… 그 여자는 방광의 한쪽 부분이 아예 없어진 상태였다. 의학지식이 없던 조선에서 이런 일은 허다했다. (본문 중)

‘내가 사랑한 조선’은 의료선교사인 머레이 박사(한국 이름 모례리, 慕禮理)가 평생을 바쳐 사랑한 나라 ‘조선’에 대한 회상록이다.
싱글 여성으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을 내려놓고, 조선의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힘쓴 그녀에게 조선은 어떤 곳이었을까?

“내가 들은 조선은 서양 사회보다 질병이 만연해있었던 데 비해 교육받은 의사는 거의 없는 곳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무지와 미신의 희생자가 되고 있었다. 나는 내가 믿는 하나님에 대한 신념을 병든 그들, 악령의 두려움 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에게 나누어주고 싶었다.”

그녀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21년 9월, 27세의 처녀로 머나먼 나라 ‘조선’에 왔다. 1927년에는 한국 최초의 결핵 요양소를 개설하여 당시 불치병으로 알고 있던 결핵퇴치운동에 앞장섰다. 이와 함께 간호사 양성소를 개설하여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를 열었고, 이안순, 이순길 씨(세브란스 의원) 등 정식 교육을 받은 훌륭한 간호사를 많이 양성했다.

1942년 일제에 의해 강제로 추방되는 고통도 겪은 그녀는 해방 후 1947년 이화여자대학교 김활란 초대총장의 초청으로 다시 한국에 왔다. 이화여대 의대 부학장, 세브란스병원 부원장을 역임하고, 현 원주기독병원의 전신인 원주연합기독병원을 창립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 81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편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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