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를 수집하며 살아오신 목사님이 계십니다. 2000점 이상이 소장된 그의 박물관을 방문하였을 때 여러 가지 십자가들이 가진 다양한 사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을 묵상하는 이맘때쯤이면 그 아름답고도 기구한 십자가들의 사연이 떠오릅니다.

지존파라고 있었지요? 사형수로 생을 마감한 어느 지존파의 한 청년이 사형을 당하기 전에 남겼다는 십자가는 건빵봉지를 엮어 만들었습니다. 참회와 삶에의 소망이 그렇게 간절히 느껴졌습니다. 중국의 어느 도시에서 발견한 십자가는 의화단사건 당시 외세의 앞잡이라는 누명을 쓰고 죽어간 어느 선교사가 남긴 유물이었습니다. 헛되이 죽지 않고 중국복음화를 위한 새 생명으로 부활하리라는 믿음이 응고된 듯 보였습니다.

십자가는 어느 것이나 그렇게 나름의 신앙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연 없는 십자가는 없을 것이라고 목사님은 이야기합니다. 십자가를 조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하나님을 향한 그 나름의 소망들이 담겨 있나 봅니다. 그러고 보니 수천 개의 못을 박아 십자가를 만들던 분이 떠오릅니다. 못을 하나씩 박을 때마다 주님의 고난을 떠올린다고 말했지요. 성경 말씀을 화폭에 깨알처럼 담아 예수님의 형상을 그려내었던 대만의 어느 서예가도 떠오릅니다. 말씀이 곧 주님이라고 그분은 믿고 있었지요. 주님의 형상은 십자가와 또 다름없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오라 하신 주님의 말씀은, 곧 우리 삶이 십자가를 조각하듯, 나무에 못을 박아 십자가를 만들 듯, 글을 써서 예수님의 형상을 그려내듯 한결같이 주님께 이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임을 깨닫게 됩니다. 나의 생각 한 점, 말 한 마디, 손짓 하나까지 십자가를 이루고, 주님의 형상을 이루게 된다면 어느 것 하나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그리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이 고난과 부활의 계절에 또 새겨봅니다.

 

박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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