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권의 책- 사도 바울]

바울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존 폴락은 한 인간으로서 바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소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팩션’(Faction,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신조어로써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사실을 재창조하는 문화예술 장르)은 상당히 유용한 장르다.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정보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존 폴락의 <사도 바울>은 전기(傳記)지만, 팩션에 더 가깝다. 성경과 다른 각종 문헌에 나타난 사도 바울의 삶과 신앙을 달콤한 상상력의 설탕시럽을 뿌려 흥미진진하고 재미난 ‘이야기’로 재구성해 냈다. 물론, 그렇게 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의 자료조사와 사도 바울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머리를 쥐어짜는 고통의 집필 시간이 있었겠지만, 저자는 산고의 고통을 무사히 치르고 완성도 높은 ‘전기문학 작품’을 독자들 앞에 내놨다.

이 책의 저자인 존 폴락은 책날개에 소개된 설명에 따르면,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의 목회자로서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사역 초기에 그의 공인된 전기를 썼으며, 젊은 신앙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전기 작가로 알려져 있다. 키치너, 윌버포스, 샤프스베리 등의 전기를 저술했고, <하룻밤에 읽는 예수의 생애>(좋은씨앗)가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고 한다.

# 기독교 문화 지평을 넓히는 작업

홍성사(대표 정애주)는 최근 <위대한 2인자 아론>을 비롯, ‘레프트 비하인드’ 시리즈를 속속 출간하고 있는데, 비록 번역본이기는 하지만 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책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는 노력은 상당히 의미 있는 작업으로 보인다.
기독교 출판계에는 ‘소설은 안 된다’란 깊은 통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실제로 이청준 선생의 <낮은데로 임하소서>외에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 별로 없다), 홍성사의 이런 시도는 기독교 문화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꾸준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사실, ‘설교조’의 칼럼보다는 소설적 형식이 훨씬 생생하고 재미있다. 가령, 이 책 전반부에 나오는 바울의 고향, 다소에 관한 묘사를 보자. 한 폭의 그림처럼 선명하고 생생하다.

‘다소 시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흐르는 시드누스 강은 폭이 좁고 물살이 빨랐으며 대개는 더없이 맑았다. 강물은 고대 세계가 낳은 기술의 걸작인 인공 항구로 흘러들었다. 그곳은 바울이 태어나기 40여 년 전, 클레오파트라가 뭍에 올라 안토니우스를 만난 장소이기도 하다. 당시 다소 사람들은 모두 은으로 만든 노, 금을 펴서 씌운 고물, 바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로 진한 향기를 뿜어 대는 보랏빛 돛을 보고 감탄했다. 항해가 재개되고 고갯길이 녹는 봄이 되면 노예들이 그곳에 동방의 상품을 부려 놓았다. 도시는 이내 소음과 냄새와 활기찬 혼잡함으로 가득 찼다. 대상들은 로마길을 따라 정북으로 출발했고 마차가 다닐 수 있을 만큼 바위를 깍아 내어 만든 길리기아 문을 통과해 산맥을 지나갔다.’

# 치열한 전도자의 삶

스데반의 처형장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다메섹 도상에서의 회심과 1차, 2차 전도여행, 그리고 순교에 이르기까지 바울의 전 생애와 선교사역들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바울에 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지만, 존 폴락은 한 인간으로서 바울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책을 번역한 홍종락씨는 그런 존 폴락의 바울을 이렇게 읽었다고 소개한다.

"이 책은 재미있다. 그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반성하고 돌아보게 된다. 또 바울의 생애에 있었던 좌절과 승리, 슬픔과 기쁨을 보면서 인생의 특정 시점에 일희일비해서는 안 됨을 배운다. 그러나 그의 삶이 보여 주는 열정과 치열함은 좀 다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활력을 준다기보다는 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바울을 이끌어 간 동력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를 그렇게 살게 했나? 이것은 바울 전기를 읽고 번역하면서 내내 염두에 둔 질문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정답을 분명히 알고 있다.

'그러나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10)."

김지홍 자유기고가


사도 바울 | 존 폴락 지음, 홍성사 펴냄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