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

눈 속에 피는 장미 | 우즐라 코흐 지음, 솔라피데 펴냄

격동의 세월을 혁명가의 아내로 살았던 카타리나에게 루터가 죽기 직전 보냈던 마지막 편지는 이것이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행하실지는 우리 기다려 봅시다.”

사람들은 루터를 탁월한 종교개혁가로, 열정이 넘치는 투사로만 기억하지만, 루터에게는 ‘대단한 로맨스’가 있었다. 바로 아내였던 카타리나 폰 보라와의 사랑이다. 당시 이 두 사람의 결합은 ‘세기의 스캔들’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수사와 ‘주님의 신부’였던 수녀가 결혼을 했으니 당시의 가톨릭 사회가 받은 충격은 대단한 것이었다. 이 책 본문에는 당시 조소의 대상이자 저주의 대상이었던 두 사람의 사랑이 어린 학생들이 시장통에서 부르는 노래 속에서 이렇게 표현되었다고 전한다.

“수도승과 그의 연인, 우묵한 자리에서 나뒹구니, 적그리스도가 태어나리니, 이게 웃을 일이 아니리...’

비텐베르크 성당 정문에 면죄부를 비난하는 ‘95개조 반박문’을 붙인 이후, 루터의 삶은 폭풍 속을 질주하는 것과 같은 것이 되었다. 교황으로부터 파문칙령(破門勅令)을 받았고, 1521년에는 신성로마제국 의회에 소환되어 주장 철회를 강요당했다. 하지만 그는 이조차 거부하고 제국에서 추방되는 길을 택했다. 이후로는 죽을 때까지 가톨릭교회와 종교개혁 좌파 사이에서 논쟁과 대결을 벌이며, 종교개혁운동을 추진했다.

혁명가의 아내

이런 혁명가의 아내로서의 삶은 어떠했을까? 끝없는 비방과 조롱, 질병, 가난과 역경의 삶이었을 것이라는 것은 아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카타리나 폰 보라는 하지만 이런 삶을 믿음과 남편인 루터에 대한 사랑으로 강인하게 극복해간다. 루터는 성격이 불같이 급하고 강직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상화로 볼 수 있는 아내의 모습 역시 결코 남편에 뒤지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 책의 제목이 ‘눈 속에 피는 장미’인 것은 카타리나의 삶이 바로 시련 속에서 일궈낸 믿음과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런 그녀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그리 평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이 책의 도입부는 마리엔트론 수녀원으로 들어가는 어린 카타리나의 모습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수녀원에서의 삶은 인내와 복종, 훈련과 외로움, 절제와 금욕의 삶이었다. 이런 형태의 삶이 어린 소녀에게, 그리고 점차 성장해서 처녀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삶에 풍요로운 성장 배경이 되기 힘들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그녀에게 어느 날 다가온 변화의 바람은 친구가 전해준 글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글은 ‘그러므로 사제들과 성직자들이 그리하듯, 육신이 거룩한 제의를 걸친다고 해서, 영혼에 유익이 되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교회나 성지에 있다고 해서도 아니고, 성물을 다룬다고 해서도 아닙니다. 설령 육신으로 기도와 금식을 행하고, 성지를 순례하고, 이 육신으로 말미암은 무궁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선행들을 행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영혼에 유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닙니다. 영혼에게 어떤 것을 가져다주는, 경건함과 자유를 부여해 주는 그 무엇은 다른 어떤 것임에 틀림없습니다’고 주장하고 이 글은 카테리나의 영혼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결국, 카타리나를 위시한 일단의 수녀들은 마리엔트론을 탈출, 토르가우를 거쳐 비텐베르크로 이어지고, 파계한 수녀 중 한 명인 카타리나는 이곳에서 행정관 라이헨바흐의 집에서 일손을 거들며 산다.

운명의 만남

비텐베르크에서 카타리나는 루터를 만난다. 이 책에 묘사된 루터는 거칠고 격정적이다. “당신 앞에 누가 서 있는지 알기나하오, 폰 보라 아가씨? 여기, 여기 내 손을 봐요! 밑으로 뚝뚝 떨어지는 피를 보란 말이오! 그들이 바인스베르크에 쳐들어가 여자들과 아이들을 불태워 죽일 때, 내가 없었소? 날마다 살인하고 있지 않소, 내가 말이오. 약탈을 일삼으며, 성상을 박피장에 던져버리고 있지 않소! 난 순수하고 온전한 복음서를 그들에게 읽으라고 내어 줬소. 헌데 그들이 읽은 게 뭐요? 폭동! 살인!”

이런 루터를 사랑한 카타리나는 결국 쥘스도르프의 여주인이고 되고, 짧은 사랑과 격동의 삶을 함께 살며 마침내 관에 실려 돌아온 루터를 만나게 된다. 또, 그녀 역시 토르가우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토르가우 중앙교회에 안치된다. 격동의 세월을 혁명가의 아내로 살았던 카타리나에게 루터가 죽기 직전 보냈던 마지막 편지는 이것이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행하실지는 우리 기다려 봅시다.”

이 책의 저자 우즐라 코흐는 베를린과 프랑크푸르트에서 독문학, 사학, 기독교학을 공부했고, 독일의 9년제 중고등학교인 김나지움에서 국어, 역사를 가르쳤다. 결혼하여 두 아이를 둔 우즐라는 수년간 가족과 함께 서아프리카 국가인 버르키나 파소로 건너가 개발도상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재, 독일에서 남편과 함께 버르키나 파소의 여성들을 위한 기독교 사업을 지도해오고 있다.


김지홍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