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의 선종을 이 나라의 국민들이 함께 애도하는 물결을 보며 그가 이 세상을 살면서 가난하고 낮고 억압 받는 자들을 위해 가진 자들에게, 때로는 권세자들에게, 핍박자들에게 꾸짖던 말들을 떠올려 봅니다. 그에게도 허물이 없지 않겠지만 군부독재시절 억울하게 핍박받던 이들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주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이 땅의 국민들은 감사하고 또 사랑의 마음으로 그를 떠나보냅니다.

김수환 추기경과 더불어 우리 역사의 굴곡마다 그렇게 희망의 등불을 밝혔던 이 땅의 수많은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교회들을 생각해 봅니다.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사랑과 존경은 동시에 그렇게 빛으로 소금으로 이름 없이 살다간 이 땅의 수많은 분들을 향한 사랑과 존경이기도 할 것입니다. 올해로 90년을 맞는 삼일운동만 하더라도 교회가 우리 민족에게 희망의 정점에 선 장한 일이었지요. 그런 희망의 교회였으므로 복음은 이 땅에서 꽃피고 열매를 맺었겠지요.

시대의 비극 앞에서 그리 권세 있게 꾸짖던 교회의 힘이 결국 이 땅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에너지라고 믿습니다. 그런 꾸짖음은 영적인 권위로부터 나오겠지요. 거룩함이 아니고는 사악함과 더러움을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온갖 공포들, 그러니까 실업이니, 자녀교육이니, 돈이 지배하는 세상이니 하는 온갖 두려움 앞에 선 우리들이 주님의 거룩함을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간절한 기도의 제목이겠지요.

어느 목사님의 설교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주님은 바다를 향해 ‘고요하고 잠잠하여라’ 하고 명하셨습니다. 그러자 바다는 거짓말처럼 잠잠해졌습니다. 주님의 말씀에는 권능이 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실 때의 그 말씀, 그 에너지로 가득 찬 말씀이 우리 속에 들려올 때 우리는 참된 자유를 맛볼 수 있습니다. 말씀은 빛입니다. 그 빛은 우리 속에 잠들어 있던 하나님 성품의 씨앗을 보게 해줍니다. 그 빛은 우리가 직면한 문제보다 우리가 훨씬 큰 존재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말씀은 우리를 두렵게 하고, 속박하는 것들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십니다. 말씀을 모시고 사는 사람은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울화로 속이 타지도 않고, 현실에 대한 불평불만으로 불뚝거리지도 않고, 절망과 낙심의 물결에 휩쓸리지도 않습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