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권의 책]

맥스 루케이도의 여행
맥스 루케이도 지음, 가치창조CB 펴냄

루케이도는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스런 짐을 내려놓고 여호와가 인도하는 시편의 ‘쉴 만한 물가’로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권유한다.

두 그루 작은 관목을 지나 구불구불 이어져나간 소로(小路)의 사진이 멋진 표지를 만들고 있는 맥스 루케이도의 책 '여행'은 표지 사진과 똑같이 독자들에게 짐을 꾸리라고 부추긴다. 함께 여행을 하자고 유혹한다. 이 여행은 하지만, 해외나 관광지를 향한 것이 아니다. 맛집, 멋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도 아니다. 바로 시편 23편, 그 좁다란 행간을 통해 난 영혼의 소로(小路)를 향한 여행이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루케이도는 뛰어난 재담꾼이다. 목회자이지만 목양쪽보다는 글쓰기에서 오히려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때로는 구수하고, 때로는 현학적이며,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성경의 메시지를 현대인의 일상생활과 접목시킨다. 그에게 있어서 글은 설교의, 혹은 목양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생각된다(물론, 본인에게 물어 확인해 본 적은 없다).

지금까지 루케이도는 꽤 많은 책을 써왔다. 지난해 연말에 나왔던 '크리스마스 캔들'(넥서스크로스)처럼 연령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따뜻하고 깊은 글’이 그의 특징이다. 이번 책 날개에 소개된 저자 소개문에 따르면, '맥스 루케이도의 일곱가지 이야기'로 ECPA(미국 기독교출판협회) 골드 메달리온을 수상했고, 미국 텍사스 샌 안토니오에 있는 오크 힐스 교회를 섬기고 있다고 한다.

# 짐을 벗는 여행

'여행'에서 루케이도는 여행과 짐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접목시킨다.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일정부분 짐이 필요하지만, 우리는 늘 너무 많은 짐을 메고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루케이도는 이번 여행에서는 가트에 짐을 잔뜩 싣고 끙끙거리며 돌아다니지 말고 오히려 이미 가지고 있던 짐을 하나씩 하나씩 버리는 여행을 떠나보자고 속삭인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가 버려야 할 짐들은 ‘자기 의존의 짐, 불만족의 짐, 피로의 짐, 걱정의 짐, 외로움의 짐, 의심의 짐, 두려움의 짐 교만의 짐, 죄책감의 짐…’ 등등이다.

이쯤되면 독자들도 눈치챘겠지만, 사실 이 책은 여행에 관한 책이 아니다. 구약 시편 23편의 내용을 ‘짐’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재해석한 것이다. 짐은 다른 말로 하면 고통이다. 피로와 걱정, 외로움, 두려움 등 우리의 삶은 늘 일정부분 고통이 뒤따른다. 때때로 TV에 나와 “삶은 살만한 것이며 사람은 항상 긍정적으로 미래를 보며 살아야 하고,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며 기름진 얼굴로 희망의 찬가를 토해내는 정치인이나 유명인사들을 보면 나는 이상하게도 달려가서 그들의 뒤통수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꼬인 심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삶에 있어 고통은 어찌보면 피할 수 없는 본질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우리의 ‘십자가’인 것이다. 예수님은 그래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마 16:24)고 말씀하신다. 삶에 수반되는 고통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신학적으로도 복잡하고 난해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불행과 고통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으며, 이런 눈먼 불행의 공세는 ‘하나님의 정의’와 일정부분 충돌을 일으킨다.

그래서 “내가 언제 다른 사람처럼 내 악행을 숨긴 일이 있거나 나의 죄악을 나의 품에 감추었으며 내가 언제 큰 무리와 여러 종족의 수모가 두려워서 대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잠잠하였던가 누구든지 나의 변명을 들어다오 나의 서명이 여기 있으니 전능자가 내게 대답하시기를 바라노라 나를 고발하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고소장을 쓰게 하라”(욥 31:33~35)는 욥의 절규는 그 절실성을 확보한다.

하지만 루케이도는 여기서 이런 복잡한 문제를 들춰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설령 우리에게 실존하는 고통이 있고, 그것이 우리에게 견디기 힘든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에게는 ‘위로하는 주 하나님이 있으니 그래도 견딜만 하다’고 말한다. 루케이도가 시편 23편을 들고 나온 것은 그 안에 고통과 위로가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욥기 바로 뒤편에 시편이 온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의미심장하다).

# '쉴 만한 물가'로...

루케이도는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고 자기 이름을 위하여 의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며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수많은 짐을 내려놓을 것을 권유한다. 루케이도는 한 때 밤에 잠을 잘 못자는 사람들을 비웃었다고 한다. 자신은 ‘잠을 자지 않아서 문제였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는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 ‘우리는 미시시피의 허클베리와 톰처럼 유유자적하며 살기를 원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은 험한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루케이도는 쉬라고 말한다. 자신과 함께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스런 짐을 내려놓고 여호와가 인도하는 시편의 ‘쉴 만한 물가’로 여행을 떠나자고 권유한다. 그래서 그 인도와 위로하심을 따라 인생의 짐을 가볍게 꾸려보자고 설득한다. 그래서 그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좀 더 성숙해지고 건강해지자고 독자들에게 손짓한다.

김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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