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어른으로부터 연하장을 받았습니다. 펴보니 ‘우보천리’(牛步千里)란 사자성어가 크게 씌어 있습니다. 올해가 기축년, 소의 해라 소와 관련된 글을 주신 모양입니다. 성실과 끈기로 한 걸음씩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면 그 인내가 결코 만만치 않습니다.

소의 걸음과 더불어 속도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영혼을 내버려둔 채 서둘러 달리는 것을 경계한 인디언들이 가르침이 떠오릅니다. 성도들에게 속도는 결국 ‘하나님과의 동행’으로 귀결됩니다. 하나님과 걷고 하나님과 멈추는 것입니다. 역사를 통해 우직하게 뚜벅뚜벅 걸어가시는 하나님의 뒷모습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결코 소걸음으로 걷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빨리빨리’ 움직여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 국민들은 더욱이 소걸음을 천시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뛰고 또 뛰어서 허겁지겁 달려온 오늘 우리의 자화상은 참으로 소중한 것을 내버려둔 채 왔으므로 후회하고, 쉽게 지치고 포기해버리는 유아스러움을 지녔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우리네 살림살이에 ‘우보천리’의 지혜를 채우기를 바랍니다. 많이 벌기보다 좀더 아끼고, 즉흥적으로 툭툭 던지는 말버릇도 고치며, 절제하지 못하는 먹성도 생각버릇도 고치고 싶습니다. 우직한 소처럼 말입니다.

그럼으로써 ‘여유’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 아닌 다른 사람, 우리 가족 아닌 다른 가족, 우리 민족 아닌 다른 민족, 또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들, 그들을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만들고 싶습니다. 경제에 위기가 오면, 기회도 있다, 그렇게 말씀하신 분을 기억합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이런 기회를 잡는다면 우리 인생은 더욱 튼실해질 것이므로 결코 부정적인 시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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