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론 | 프랜신 리버스 지음, 홍성사 펴냄

요즘은 조연도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의 인기를 능가하는 조연도 종종 등장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다. 성경을 보면 아론은 모세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황량한 사막 위로 뜨거운 태양이 작열한다. 채찍은 허공을 가르고, 척박한 사막의 열기와 혹독한 노동에 지친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기저기서 퍽퍽 쓰러져 나간다. 희망을 잃은 이스라엘 백성들의 유일한 노래는 한숨이고, 이스라엘 백성의 초점 잃은 눈동자에는 오직 절망만 가득하다. 이집트의 벽돌 제조 강제 노역장, 여든을 넘긴 노인 아론은 그곳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이렇게 시작되는 프랜신 리버스의 책 ‘아론’은 소설이다. 기독교 출판물 가운데는 워낙 소설이 ‘희귀’하다보니 그저 ‘소설’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한국 기독교 출판계에 소설이 그토록 가물은 이유는 아무래도 믿음이 삶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한국 교회의 팍팍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싶다. 그래서 2009년 새해를 맞아 한 권의 기독교 소설로 한 해를 여는 것은 어떨까 싶다.

출판사에서 낸 ‘보도자료’에 보면, 이 책은 ‘위대한 2인자’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이란다. 앞으로 <갈렙>(The Warrior), <요나단>(The Prince), <아모스>(The Prophet), <실라>(The Scribe) 등의 책들이 계속해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주연이 아닌 ‘조연’에 초점을 맞춘 것이 흥미롭다. 요즘은 조연도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의 인기를 능가하는 조연도 종종 등장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사회 분위기다.

성경을 보면 아론은 모세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 모세 뒤에서 2인자의 눈으로 본 출애굽이 펼쳐진다. 뛰어난 동생의 영향력 앞에서 한때는 그런 동생을 질투하기도 하고, 또 하나님의 명을 어기고 금송아지 우상을 만들어 하나님의 진노를 사기도 하지만 결국은 모세의 영적 동반자로, 제사장으로 변모하는 아론은 어찌보면 소심하고 무능력한 서민의 모습이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신앙을 통해 거듭나고 변모된 신앙인의 모습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아론’이 눈길을 끄는 것은 성경에서 ‘재미없기로 소문난’ 출애굽기에서부터 레위기를 거쳐 민수기까지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는 점 때문이다. 잘 이해가 안가는 여러 가지 율법의 배경이나 성막을 만드는 과정, 성막에 있는 각종 기물의 의미 등 복잡한 규례와 수치로 표현됐던 본문의 내용들이 이스라엘 민족의 삶을 통해 현실적인 생동감을 가지고 책 속에서 살아나온다.

아울러 이 책의 저자인 프랜신 리버스의 이력도 흥미롭다. 책날개에 소개된 저자 이력에 따르면, 저자는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오랫동안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성공적인 작가로 승승장구하던 그녀는 서른여덟 살이 되어 비로소 그리스도인이 되고, 로맨스 작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절필한다. 3~4년간 성경을 읽고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성경 속으로 깊이 들어가던 어느 날, 그녀는 호세아서를 써야겠다는 강한 영감을 받은 뒤 활동을 재개했다고 한다.

상복도 많은 저자는 미국 크리스티 상, ECPA 골드 메달리언 상 등을 받았고, 네 아이의 할머니가 된 지금도 왕성히 글을 쓰고 있으며, 로맨스 작가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인 리타 상을 3회 연속 수상하고 미국 로맨스 작가 협회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이 책을 굳이 일반적 소설 장르로 구분해보자면 아마도 ‘역사소설’에 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실 이 부분은 전문적 지식과 연구가 없으면 정말로 쓰기 힘든 분야다. 과거의 시간대로 거슬러 올라 당시의 사회상과 문화 등을 복원시켜 낸다는 것이 절대로 쉬운 일이 될 수 없는 탓이다. 그런 만큼 저자의 성경공부가 얼마만큼 깊었는지를 새삼 엿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아름다운동행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