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공연장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게 있답니다. 장애인 관람석이 다른 공연장과 달리 무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된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세종문화회관처럼 최고의 공연장조차도 갖추지 못한 시설을 경기도 공연장들이 갖게 된 까닭은 이렇습니다.
수원에 있는 경기도 문화의전당은 2003년 대공연장 1층의 VIP석 스물두 석을 허무는 큰 결단을 내립니다. 복도 끝에 처박힌 장애인석을 무대 앞으로 옮겨오기 위해서였습니다. 스물두 석을 허물었지만 장애인석은 고작 여섯 석밖에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문화의전당은 이익을 추구하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장애인을 배려하는 공간을 만드는 게 당연하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 실험은 또 하나의 파장을 일궈냅니다. 장애인의 공연 스포츠 관람 편의를 위한 ‘경기도 공공시설 내 최적의 장애인 관람석 지정 설치 운영 조례안’의 제정이 그것입니다. 이 조례안 내용이 곧 장애인석 설치 기준을 최적의 관람석 곧 로열석에 설치해야 하고 입구에서 로열석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획기적인 배려를 담고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먼저 출발한 일이지만 이 일은 이제 전국적으로 퍼져갈 것이라 충분히 짐작이 됩니다.
아름다운 이 이야기를 들으며 문득 떠오른 건 ‘누군가의 첫 목소리’였습니다. 누군가 처음 목소리를 내었을 것입니다. 그 목소리는 실험을 거쳐 법을 만들고 또 문화로 퍼져간 것입니다. 아마 주님 만큼 그 아름다운 처음의 목소리를 많이 내신 분이 드물겠지요? 잃어버린 한 마리 양에 대한 관심이 그러하였고, 죄 없는 자가 이 여자를 돌로 치라 하신 말씀도 그렇지요.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전히 구석구석 누군가 불이익을 겪고,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어쩌면 그리스도로부터 빛과 소금이라 불린 우리들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기다리는 자리인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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