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0년 전, 난파선 난민들에게 따뜻한 국을 끓여주려고 어느 목사님이 걸었다는 ‘사랑의 솥’, 그리고 그 훨씬 전에 영국의 부둣가에서 시작된 ‘심슨의 솥’,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지금까지 사랑의 냄비는 세계 도처에서 뜨겁게 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1928년 시작된 자선냄비는 80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보듬어 안고 지금도 ‘사랑의 국’을 끓여왔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사랑을 실천하는 이들의 발길이 많다 합니다. 백화점이나 음식점에 고객은 줄어들었지만 이웃의 고통을 보듬는 주머니는 활짝 열려 있는 듯합니다.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고 있느냐에 따라 세상은 밝아 보이기도 하고 캄캄한 밤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애인기관과 어려운 독거노인을 돕는 반찬봉사는 이제 교회마다 고정사업이 되었습니다. 교회 여전도회나 직장 신우회들은 정말 어려운 이웃이 어디 있는지 찾아 섬기고자 눈을 크게 뜨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힘이 한계가 있지만, 사랑의 본질을 따라 이 힘겨운 시간을 함께 참아내기만 하면 결국 이 고통의 시간이 은혜와 복으로 이르는 통로였음을 고백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름다운동행’도 창간 두 돌을 맞은 지금, 아름다운 일을 한 가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어느 교회가 추수감사절을 보내면서 감사헌금 일부를 ‘아름다운동행’에 보내왔습니다. 미자립교회 교역자 자녀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해 달라는 부탁을 덧붙였습니다. 또 형편이 닿는 교회들이 힘을 모아 자녀들의 학자금 때문에 어려워하는 동역자들에게 작은 힘이 되어주었으면 한다는 마음도 모아왔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언제나 발길 분주하신 그 목사님과 성도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이런 손길이 모아지면 오지에서 또는 꼭 필요한 자리에서 목회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드릴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힘을 보탤 수 있는 교회들이 조금씩 힘을 모으면 될 일이라 믿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교회의 뜻에 따라 이제 ‘아름다운동행’이 섬겨보려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마중물’입니다. 5000명을 먹이고도 열두 광주리에 가득 남았던 그 기적의 역사가 오늘 이 각박한 현장에서 다시 기록될 수 있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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