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월급명세서를 받아 들고서 예산을 세워 보았어요. 일 년 중 가장 월급이 적은 달이라 알뜰하게 지내도 한 달을 생활하기는 빠듯할 것 같네요.
“하나님, 아무래도 견적이 안 나오는데요?”
결국 마이너스로 끝나는 계획서를 보며, “하나님께서 열 배의 소득을 주신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우선 멋진 옷을 몇 벌 살 것 같고….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부족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열 배의 소득이 열 배의 기쁨과 만족은 못 되겠지요.
지금까지 날 먹이고 입히신 하나님이 만물의 주인이신데, 내게 복이 될 물질이었다면 더 주셨겠지요.
내게 맡기신 물질을 족한 줄로 여기기로 했어요. 돈을 벌기 위해 종일 일을 하기도 하고, 혹은 돈 때문에 친구가 원수가 되기도 하고, 수많은 범죄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 우리 삶 속에서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한 것 같아요.
돈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기는 하지만, 그것을 잘 사용하지 못하고 내 삶의 주인 자리를 내어 준다면 그만한 불행이 없겠지요.
등심 대신 삼겹살 한 근 사 들고 돌아오는 길에 이런 말씀이 생각났어요.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육선(肉饍)이 집에 가득하고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
돈 때문에 마음마저 가난해지거나 관계가 깨어지는 일이 우리 가정에 없기를 기도했지요.

이종혜 님은 다은이와 성민이 엄마이고, 시인이며, 창경등학교 교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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