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재정은 가족 모두에게 공개해야

[사례] 빚 내서라도 내 집부터 장만하라
남편은 대기업에, 아내는 작은 무역회사에 다니는 신혼부부는 전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상당히 많은 돈을 빌려 아파트를 장만하게 되었다. 새시, 커튼, 침대, 소파 등 새 집을 꾸미는 데도 제법 많은 돈이 들었다. 다른 집 차에 비해 유난히 고물인 것처럼 느껴지던 차도 할부로 새 차로 바꿨다. 그들은 비록 경제적으로 힘이 들었지만 친구들보다 먼저 새 집을 장만했다는 기쁨에 넘쳤고, 몇 년만 고생하면 부채도 다 갚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로부터 1년 뒤 아이가 태어나자 아내는 회사를 그만두고 살림만 하게 되었다. 그러나 매달 청구되는 생활비 이상의 대출금은 가정 경제를 압박하기 시작했고, 부부간에 말다툼이 잦아졌다. 게다가 남편이 결혼 전에 진 5,000만 원의 빚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설상가상으로 남편은 회사의 구조조정으로 일하던 직장마저 그만두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쏟아졌고, 남편은 이혼하자는 말보다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그 가정은 가계 전반에 대해 의논한 적이 한번도 없었고 이들 부부는 큰 실의에 빠지고 말았다.

[행복한 가정 만들기 4가지 실천사항]

01. 재정 문제를 가족에게 공개하라
자산과 수입 및 지출 내역을 가족과 함께 나누고 고민해야 한다. 요즘 맞벌이 부부들은 개인계좌를 따로 만들어 공동의 생활비 이외에 얼마를 버는지, 어디에 얼마를 지출하는지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그러나 재정 문제에 관한 한 자식들에게까지 투명하게 씀씀이를 공개하고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만약에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했거나 중단되었을 때에는 솔직하게 가정의 경제적 현실을 털어놓아 소비를 줄이도록 하며, 당분간 겪게 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가족이 함께 매월의 현금 흐름을 진단하고 평가하며, 미래 가치에 가격을 매겨 재무 목표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족이 모르는 부채가 있거나, 아내 몰래 서준 보증으로 많은 가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리 작은 기부금이라 할지라도 지출은 반드시 가족들에게 알리고 실행하는 것이 좋다.

02. 순수입의 5%는 비상자금으로 저축하라
매월 혹은 매년 들어오는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다거나, 저축을 하지 않는데도 수입과 지출이 균형을 이루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순수입의 5% 이상은 비상자금으로 저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출의 일부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예산을 세우고 정해진 범위 안에서 유흥비나 의복비 등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때 예산은 지출을 통제하기 위한 계획으로, 어느 비용을 삭감해 여윳돈을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을 할 때 도움을 준다. 특히 젊은 부부들은 30년 이상 걸려야 될 것을 3년 내에 이루려고 서두르는 소비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조급함 때문에 빚을 잔뜩 지게 되며 그로 인한 압박은 가정경제에 치명적일 수 있다.

03. 상대적인 재무관리는 필요없다.
나만의 재무 설계를 통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뒤쳐지지 않으려는 지출이 때로는 자신의 소비를 합리화시킬 위험이 있다. 이것은 오히려 회복하기 힘든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자녀의 성적을 비교하고, 자동차를 따지고, 아파트를 비교한다. 그러나 나와 다른 모델 대상과의 잦은 비교로 상대적인 박탈감과 낮은 자존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의 심리학자 에드 디너 교수는 “가장 행복한 집단과 가장 불행한 집단의 수명 차이는 9년이나 난다”고 결론을 지으며,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는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삶을 평가하는 경향 때문으로 분석한 바 있다.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에게 맞는 재무목표 수립과 예산에 근거한 합리적인 소비가 가정의 행복을 가져온다.

04. 자녀에게 경제활동을 이해시켜라
자녀에게 돈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에는 자녀의 연령에 맞는 여러 단계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먼저 경제활동에 대하여 이해를 시켜주어야 한다. 땀과 수고의 대가와 보상에 대해서 원칙을 정하고 지키는 훈련이 필요한데, 자녀들이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 이외의 노력에 대해 치하하고 보상을 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아이들이 지금 당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있어도 참고 기다릴 줄 알며, 예산에 의해 지출되어야 하는 원칙을 가르치고, 저축과 투자습관을 갖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구체적인 금융상품을 자녀들 이름으로 가입시켜 돈이 어떻게 변화하고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지 확인시켜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유용한 사이트 http://teenteen.joins.com http://kids.mofe.go.kr http://www.econoi.co.kr 등).

오늘날 대부분의 가정 문제는 재정을 잘못 관리한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돈에 대한 이런 명언이 있다. “돈으로 침대는 살 수 있으나 잠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책은 살 수 있으나 지성은 살 수 없다. 돈으로 음식은 살 수 있으나 식욕은 살 수 없다. 돈으로 건물을 살 수 있으나 행복한 가정은 살 수 없다.” 가정에서 돈을 만드는 참된 비결은 가정에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다.


[가이드] 돈은 행복한 가정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
오늘날 많은 가정이 다름 아닌 돈 문제로 고민하며 울고 웃는다. 돈 때문에 누군가를 축복하기도 하지만, 심지어 살인까지도 저지른다. 신파극 <이수일과 심순애>에서는 돈이냐 사랑이냐를 놓고 얘기하지만, 이 둘은 어느 하나만이 옳다고 편 가를 수 없는 불가분의 성질이 있다.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나 이수일의 지고지순한 사랑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모두 필요한 것들이다. 다만 이수일이 다이아몬드를 가졌더라면 하고, 이 비극적인 사랑을 안타까워할 뿐이다.
돈이 많은 유명 벤처 사업가나 연예인들의 가정을 보면, 이들이 다 행복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돈에 관한 한 남 부러울 것 없고 모두 성공한 사람들처럼 보일지라도 일반인에 비해 가정파탄이나 자살 등의 사례가 더 빈번한 것을 보면, 결혼의 행복조건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부부가 이혼하는 사유로 부부불화는 10년 동안 13.1%가 감소한 반면, 경제적 이유는 11.8%가 증가하였다. 돈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데 필요조건이긴 하나,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김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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