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더호프 공동체’의 5색풍경]

브루더호프 설립자의 아들이면서 전 생애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요한 하인리히 아놀드의 생애를 다룬 책 ‘꿈꾸는 인생’(홍성사 펴냄)이 출판됐다. 브루더호프의 설립, 위기, 갈등, 회복, 성숙의 과정을 생생히 그려 낸 이 책을 통해, 오늘날 그리스도인 공동체가 추구해야 할 모습을 살폈다.

런던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로버트브릿지 역’ 근처에 위치한 ‘다벨 브루더호프’(형제들의 집) 공동체는 일체의 사유재산 없이 부유하지도 가난하지도 않은 공동체 삶을 살고 있다. 이곳이 바로 전 세계 8곳의 ‘브루더호프’(형제들의 집) 공동체 가운데서도 가장 유서 깊은 공동체이다.
브루더호프는 독일의 저명한 강사이자 작가인 에버하르트 아놀드가 1920년 독일의 산네르츠에 세운 공동체이다. 16세기 초 종교개혁 당시 제도권 교회를 떠나 형제애와 비폭력을 추구하던 후터파 공동체의 영향을 받았다. 브루더호프는 1930년대 말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옮겨와 오늘날 전 세계에 2,500명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성장했다.

01. 일상

브루더호프 사람들은 아침 6시 전에 하루를 시작한다. 6시 40분경 가족이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각자가 맡은 일을 시작한다. 일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공동체 가족들이 역할을 바꿔가며 모두가 한 번씩은 다른 일을 체험한다. 대체로 7시 30분까지 공동체 내의 일터로 출근한다. 그들은 일터를 ‘Community Playing’이라 부른다. 아이들의 놀이시설이나 학교, 가구 생산 공장, 농장, 공동식당, 강당 등이 그곳이다. 그들은 여기서 생산적이고 일상적인 노동을 ‘즐긴다.’
하루를 열심히 ‘즐긴’ 공동체의 가족은 저녁 7시 찬양과 함께 저녁식사를 함께한 뒤 다시 안식을 취한다. 그들은 브루더 호프 방문자에게 “브루더호프는 유토피아가 아닙니다. 그리고 공동체의 순수한 삶을 지키기 위해선 개인의 욕구를 포기해야 하는 희생과 투쟁이 요구됩니다”라고 말한다.

02. 땀의 결실

브루더호프는 처음부터 반석위에 지어지지 않았다. 구성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아름다운 희생과 노력이 더해서 오늘의 모습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수많은 난관이 있었고, 그 과정을 기독교 공동체의 구심력으로 하나씩 돌파해 나갔다. 기독교는 초대교회 때부터 흔히 말하는 공동체와 다른, 독특한 공동체제도를 유지해 왔다. 그것은 예수님의 가르침 아래서 하나가 되기를 강조하는 공동체였다.
“애슈튼필즈 농장은 황폐한 중세의 봉건 영주의 영지 비슷하기도 하고, 개척자들의 자장 농장 같기도 했다. 여기서 하이너는 헛간의 돌들이 무너져 소들이 다치지 않도록 방수포를 씌우고, 이후 6주 동안 그는 시동을 거는 데 한 없이 시간이 걸리는 낡은 트랙터를 끌고 들판에 나가 씨를 뿌릴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중략) 2년 만에 그들은 그 땅을 혁신적 농업이 이뤄지는 땅으로 바꿔 놓았다.”

03. 분쟁

맑은 날이 있으면 궂은 날이 있게 마련. 신실한 믿음을 지녔던 그들의 모임에도 분쟁의 순간은 찾아왔다. 문제는 그들 모두 공동체를 위험에서 건지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래의 정신을 잃었고 두려움과 분열의 장소가 되어 버렸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사랑과 연합의 장소로 되돌려 놓아야 했다. 오래된 몇몇 멤버가 주축을 이루었다. 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했다. (중략) 우리 중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가 정말 많다. 성경은 서로의 짐을 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하는가? 우리가 그들의 처지가 되어 그들의 필요와 외로움, 유혹을 느껴 보려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는 슬픔에 빠진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가?”

04. 자녀교육

하이너(하인리히 아놀드의 애칭)의 자녀교육법은 예수님의 그것과 닮았다. 하이너는 아이들을 아꼈고, 성적에 따라 아이들을 분류하고 몰아대는 어른들의 형태에 더 없이 분노했다. “하이너가 아이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는 다른 교사들에게 이렇게 설명하곤 했다. ‘하나님은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가르치는 우리의 역할은 그 생각이 표현되도록 돕는 거지요.’ 그의 목표는 아이 한 명 한 명과 관계를 쌓아나가, 아이가 그를 신뢰하게 되고 그의 신뢰에 합당하게 살고 싶어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05. 선교

하이너는 죽음의 문턱에서 공동체 멤버들을 따로 세워 두 사람씩 요양원과 교도소, 슬럼가와 다른 절망의 장소들로 보냈다. 예수의 가르침을 공동체 밖까지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나는 우리가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기를 갈망한다. 한시가 급하다. 정말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 살아간다.”
현재 브루더호프는 죄수와 마약중독자들의 교화, 사형 폐지운동, 쿠바 어린이들과 교류 등의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나이, 국적, 직업 등에 관계없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하이너의 삶과 브루더호프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박성희 기자


꿈꾸는 인생
피터 맘슨 지음, 홍종락 옮김, 홍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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