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쁜 그리스도인 | 데이비드 키네먼·게이브 라이언 지음, 살림 펴냄
조니 바나 그룹 연구원 출신 저자들이 진단한 기독교 이미지…대안 모색 제시

무척이나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나쁜 그리스도인’이란다. 도대체 어떤 그리스도인이 나쁜 그리스도인일까?

이 책의 제목은 하지만 기독교 밖에서 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를 의미한다.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사람들의 눈에는 기독교인이 ‘나쁜 그리스도인’으로 보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 것은 사실 꽤 오래전이다. 기독교인을 둘러싼 ‘풍문’들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사실 ‘위험수위’다. 기독교인에 대한 이미지는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로 확산되었고, 이제는 단순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이야기가 되었다.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기독교를 다루는 각종 미디어의 시선도 차갑다. 미디어의 렌즈를 통과한 기독교는 심한 경우 ‘극보수 우익 정치집단’으로 비춰진다. 이쯤 되면 사태는 심각한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안티 기독교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일까? 사탄의 역사인가?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인이란 매우 보수적이고, 자신들의 사고의 틀에 갇혀 있고, 반동성애 성향에, 낙태반대론자에, 항상 화가 나 있고, 폭력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자신들만의 제국을 건설하려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사람을 개종시키려고 하고, 자신들이 믿는 것과 다른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는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이 없지요.”

이 책의 도입부에 나오는 한 불신자의 이야기는 현재 미국 내의 기독교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다소 극명하게 보여준다. 미국 역시 이런 위기감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적인 반감은 결국 기독교의 핵심적인 사명 가운데 하나인 ‘전도의 문’를 막는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키네먼과 게이브 라이언은 기독교 전문 리서치 그룹인 바나 그룹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한 가지 의문을 제기하고 분석한다. 그것은 ‘그리스도인의 이미지가 왜 이토록 부정적인가?’라는 것이다.

이들은 2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방대한 조사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자료 분석을 통해 몇 가지 핵심적인 요소들을 뽑아낸다. 바로 기독교인에 대한 일반의 부정적 시각을 대변해 주는 이미지들이다. 그 이미지는 ▲그리스도인들은 위선적이다 ▲그리스도인은 전도에만 열을 올린다 ▲그리스도인은 동성애자를 혐오한다 ▲그리스도인은 안일하다 ▲그리스도인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을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결국, 다양한 분석을 통해 도달하는 저자들의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 잘못”이라는 것이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과 자신을 구분한 채, 자신들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예수님이 지상에 계셨던 동안 그토록 책망하셨던 바리새인들의 행동을 흉내 내고 있다. 일반은총의 신학과 실천을 잊은 채 제자도의 실천보다는 회심에 더 주목했던 태도가 오늘날과 같은 기독교의 이미지의 문제를 낳는 데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길고 긴 과학적인 조사와 탐구를 거쳐 얻어낸 결론은 의외로 단순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안티 기독교나 사탄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 문제의 원인은 교회 안에 있다는 것이 오랜 조사를 통한 저자의 결론인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은 기존의 기독교인과 교회에 달려 있다. 이 책이 던지는 단순하지만 무거운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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